[사설]與野 ‘무연고 벼락 공천’… ‘지역 모르는 지역대표’ 유권자 무시

2024. 3.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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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4·10총선 공천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해당 지역구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데도 갑자기 후보로 결정되는 '무연고 벼락공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1개월 전만 해도 별 관심도 없던 지역에 떠밀리다시피 공천되다 보니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온갖 수단이 총동원된다.

무연고 벼락공천은 지역 유권자가 던지는 표의 값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지역 기반의 대표를 뽑아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제도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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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여야의 4·10총선 공천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해당 지역구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데도 갑자기 후보로 결정되는 ‘무연고 벼락공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토박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에서 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지만, 일방적 결정이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에선 서초을 재선인 박성중 의원이 부천을로 옮겨갔고, 양천을 3선 김용태 전 의원은 고양정 후보가 됐다. 민주당에선 강원도 3선 이광재 전 의원이 공들여 온 종로가 아닌 분당갑 공천을 받았고, 광명을에서 두 번 당선됐던 이언주 전 의원은 복당한 뒤 용인정 경선에 참여 중이다.

정당들은 선거 전략상 불가피하다고 해명하지만 총선 1개월을 앞둔 돌려막기 공천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일이다. 내 지역, 내 삶에 4년간 영향을 미칠 국회의원 후보자가 우리 지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할 틈도 없이 선택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정당 지도부는 총선 득표, 공천 불발에 따른 당내 갈등 잠재우기만 신경 쓰는 듯하다. 유권자의 관점에서 골라 뽑을 권리를 빼앗은 것이란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들도 낙천한 것보다는 낫다는 쪽이겠지만,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골목도, 지역도, 사람도 낯선 곳을 한 달 동안 벼락치기 공부하듯 익혀야 한다. 지역 주민들과 오래 교감하며 만들어 낸 맞춤형 공약은 상상하기 힘들다. 벼락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시의원 구의원들로부터 속성 과외를 받으며 과거 공약을 재탕 삼탕 내놓게 된다. “지역 살림을 책임지겠다”는 이들의 다짐이 공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몇몇 후보자 스스로가 “내가 느끼기에도 말이 안 된다”고 토로할 정도다. 그만큼 어이없고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런 식의 돌려막기 공천은 정치 자체를 뒷걸음치게 만든다. 1개월 전만 해도 별 관심도 없던 지역에 떠밀리다시피 공천되다 보니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온갖 수단이 총동원된다. 낙선할 경우 그곳에 남아 정치를 계속할지도 의문이다. 4년 전 돌려막기 공천을 받은 뒤 지역구를 지킨 사례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우가 아니라면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식이면 4년 뒤에 그 지역에 또다시 전략공천과 험지 출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사람이 날아들 수 있다. 무연고 벼락공천은 지역 유권자가 던지는 표의 값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지역 기반의 대표를 뽑아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제도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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