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리틀 김종인’

박창억 2024. 3. 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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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유명 정치인은 전국구(비례대표)를 '천국구(天國區)'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원래 전국구로 불리던 이 제도는 16대 국회에서부터 비례대표로 명칭이 바뀌었다.

첫 비례대표 임기를 마친 후에 재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거 전국구 시절 못지않게 퇴행적이고 민의를 왜곡하는 위성정당 비례대표 제도를 하루속히 손질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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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유명 정치인은 전국구(비례대표)를 ‘천국구(天國區)’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빠짐없이 누리면서 지역구 관리에 신경 쓸 일이 없으니 ‘천국’과 다름없다는 얘기였다. ‘전국구는 그 흔한 감기도 한 번 안 걸린다’는 말도 있다. 기존 전국구 의원이 탈당하거나 ‘유고(有故)’가 돼야, 의원직을 오매불망하던 후순위 예비후보들이 승계할 수 있는데 그런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회의 전문성 강화,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기회 확대, 사표 방지 등의 이유로 비례대표제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원래 전국구로 불리던 이 제도는 16대 국회에서부터 비례대표로 명칭이 바뀌었다. 과거 전국구는 ‘전국구(錢國區)’라고 할 정도로 정당의 비자금 모금 창구였다. 1990년대 들어서 당선 안정권인 앞번호는 특별당비 명목으로 30억원 정도가 오갔다는 게 정설이다.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데다, ‘특혜’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비례대표는 한 번만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첫 비례대표 임기를 마친 후에 재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이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이 용 의원을 당선권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위성정당으로만 비례대표 재선을 한 첫 사례가 된다. 용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이후 제명 형식으로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갔다. 이에 유일하게 5선 비례대표를 역임한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빗대 ‘리틀 김종인’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새진보연합은 용 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정당이라 용 의원이 자신을 비례대표로 추천한 ‘셀프공천’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용 의원이 평소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도덕성을 누구보다도 신랄히 비난해 왔던 터라 그의 행보는 더욱 뻔뻔하고 구차해 보인다. 위성정당 비례대표라는 황당한 제도가 아니라면 자력 당선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 전국구 시절 못지않게 퇴행적이고 민의를 왜곡하는 위성정당 비례대표 제도를 하루속히 손질해야 하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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