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혁신적 기기를 완성하는 사람들
결국 혁신 이끌어온 건 사람들
첨단기술 경쟁 앞장 선 IT기업
그 안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글로벌 대기업들의 첨단기술 경쟁이 한창이다. 2024년 1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의 AI 폰’ 타이틀을 가진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했다. 실시간으로 두 사람의 대화가 번역되고, 사진의 일부분을 선택하면 바로 검색이 되는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었다. 애플은 신형 가상현실(VR) 기기인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공간 컴퓨팅’을 내세웠다.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실내에서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이 시야 여기저기에 스크린을 띄울 수 있게 된다. 집 자체가 전혀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컴퓨터의 ‘능력’은 누가 부여한 것일까? HP, 삼성, DELL 등의 컴퓨터 회사는 반도체 등의 핵심 부품을 조달한 뒤, 이를 조립하여 컴퓨터라는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프로그램이다. 우리 입장에서 컴퓨터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수단일 뿐이다. 프로그램은 누가 만들었는가? 컴퓨터 회사가 만든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만든다. 컴퓨터를 만드는 사람들과 컴퓨터에 가치를 부여해 주는 사람들이 다른 셈이다. 당장 독자분들 중 컴퓨터로 문서작성이나 스트리밍 시청이 안 되는 컴퓨터를 살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컴퓨터가 혁신적인 기기가 된 이유는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인 것이다. 한 번 컴퓨터가 자리를 잡고,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시작하자 더욱 많은 프로그래머가 모여들어 컴퓨터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혁신적 기기라는 것이 ‘혁신을 일으킬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기기’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기기는 제조사가 만들지만, 기기를 진정으로 완성하는 사람들은 프로그래머들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위 두 기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기 자체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를 끌어들여야 한다. AI 스마트폰을 만들었다고 하면, 스마트폰에서 AI 구동하는 법이나 쉽게 쓸 수 있는 가벼운 AI들을 지원해 줘야 하며, 확장현실(XR) 기기를 만들었다면 기존 스마트폰과 키보드 마우스로 동작하는 프로그램에 익숙한 프로그래머들이 어떻게 제스처나 눈동자 등을 입력으로 받아쓸 수 있는지 알려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기기는 토양과도 같다. 프로그래머라는 농부들은 기기라는 이름의 토양 위에서 농사를 짓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농부가 많을수록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수확물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정보기술(IT)의 미래에 관심이 많은 독자분들이라면, 가끔은 멋진 기기의 모습에 감탄하기보다는 기기를 만든 회사가 토양을 잘 가꾸고, 프로그래머들을 돕고 있는지 바라보자. 어쩌면 기기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중요한 단서가 보일지도 모른다. 농지에 투자하고 싶다면, 일하는 농부들의 표정을 한 번쯤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정인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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