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사망 선언을 제가 해요?” 의사도 아닌데…간호사는 무슨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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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한 대형병원 간호사다.
의료 공백으로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최근엔 환자 사망 선언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 중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는 "의료공백으로 환자사망 시 사망 선언을 할 의사가 없어 해당 전담간호사에게 사망 선언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사망 선언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 행위인데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간호사들이 불법적인 일까지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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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환자 사망 선언까지 저한테 하래요.” (간호사 A씨)
A씨는 한 대형병원 간호사다. 의료 공백으로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최근엔 환자 사망 선언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사실 불법이다.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사망 선언은 의사만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병원 내 상황은 이런 지경이다.
의사들의 근무 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간호사들의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강제 무급 휴가는 물론이고 불법 의료 행위까지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는 전공의들의 근무 이탈로 인해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부터 시작한 피해 접수 건수는 총 218건이었다.
이 중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는 “의료공백으로 환자사망 시 사망 선언을 할 의사가 없어 해당 전담간호사에게 사망 선언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현행 의료법상 사망 선언은 의사만이 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자신이 퇴근한 사이 환자가 사망하자 간호사에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게 한 A 의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환자의 사망 진단은 의사가 직접 해야하는 의료 행위라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사망 선언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 행위인데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간호사들이 불법적인 일까지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에 접수되는 피해 사례 중 최근에는 강제휴가 내용이 가장 많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B 간호사는 “밤 9시에 전화를 해 내일은 수술이 없으니 출근하지 말고 휴가를 쓰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그럼 내일 모레 출근하냐고 물었더니 일단 대기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C 간호사는 “연차를 쓰지 않으면 타 부서로 보내 헬퍼(잡일을 하는 업무)를 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피해 사례를 신고했다.
실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될 분위기에 많은 병원들이 간호사들에게 무급휴가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5일 간호사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전공의 집단휴직 기간에 무급 휴가를 자율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병동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단기 무급 특별휴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경희의료원도 전날부터 간호사 등 전체 일반직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로 병원은 수술 건수가 줄었고 병상 가동율도 떨어졌다. 수술이 줄고 입원 환자가 줄면 병원 수익이 크게 줄어든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병원 수익은 전에 비해 30~50%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병원 수익의 70~80%는 수술, 입원 환자에서 나온다”며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병원으로서는 간호사나 병원 직원들에게 되도록 연차나 휴가를 쓰도록 권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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