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전세계 누비는 나그네' 박태수 작가, 여행에 문학을 담다 [저자와의 만남]

정자연 기자 2024. 3. 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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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멕시코 여행에세이’ 연재중
해외여행 70여곳 사전 조사·공부
미술·철학·역사 유적 등 표현 생생

 

여행의 즐거움을 말하는 이들은 많다. 박태수 수필가에게 여행은 ‘세상을 읽는 아날로그 창’이다. 올해 일흔 넷의 나이에 중남미 나라를 5년째 여행 중인 그는 세계 곳곳에서 유쾌한 체험을 하고 시대와 사람들의 삶을 온몸으로 읽어내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경기일보에 쿠바에 이어 ‘멕시코 여행에세이’를 연재 중인 그는 지난달 여행 에세이 ‘旅路 나그네길(문비 刊)’을 출간했다. 책엔 지구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서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까지 그가 골목 구석구석을 걷고 사색하며 느낀 여행기를 옮겼다.

지난달 경기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 작가는 아내와 페루 여행을 떠나기 위해 미국으로의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부인은 오당 박옥남 서예가로 ‘旅路 나그네길’의 표제를 썼다. “아내가 마추픽추를 가보지 않아서 이번에 함께 가려고 해요. 아내와 마추픽추를 걸으면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세상을 만날지 기대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기인천지역본부장을 지내고 퇴임 후 대학 강단에 섰던 그는 2015년 여름 고신대 강의를 끝으로 여행을 떠났다. 은퇴 후 불현듯 찾아든 공허함과 탁한 공기,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를 찾기 위해서였다.

지난 달 여행 에세이 ‘旅路 나그네길’을 펴낸 박태수 수필가. 그는 일흔 넷의 나이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을 누비며 또 다른 세상과 삶을 만나길 꿈꾼다. 김종연 PD

목적지는 어릴 때 꿈꾸던 지구의 지붕 파미르 고원. 우즈베키스탄에서 육로로 타지키스탄에 입국해 수도 두샨베에서 준비하고 파미르 하이웨이와 아크 바이탈 패스를 넘어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 오쉬로 가는 9박10일 여정. 그는 고산의 부룬쿨 마을 깊은 밤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빛나는 성체 북두칠성을 하늘 아래서 가장 가깝게 바라봤고 황량한 무르갑에선 그래도 희망을 말하는 소박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다음 날엔 적막한 카라쿨 호수에서 시 한 수도 지었다.

이후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만 중앙아시아 5개국, 캅카스 3개국, 이란과 튀르키예, 네팔과 부탄, 멕시코와 쿠바,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10여개국. 현재까지 그가 여행을 다닌 나라만 해도 70여곳이다.

“어릴 적부터 꿈이 세계일주였다”는 그는 환갑 때엔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경희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면서 여행을 글로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6년간 공부를 하며 쓰고 또 썼다. 그가 펴낸 수필집 느림의 모놀로그(2020년), 새벽의 고요(2022년)에는 삶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문학적 사색과 깊이가 묻어나는 글들이 옮겨졌다.

그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세계 곳곳에 깃들어있는 미술과 철학, 역사 유적, 마을에 남겨진 이야기와 사람을 만나는 소통이었다.

때론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면 삭막한 길이지만, 그 속의 숨은 의미를 찾으면 아름다웠다. 파미르 고원이 그랬다. “참 힘들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고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진실과 사랑, 아름다움의 철학을 대자연이 알려줬지요.”

신간엔 이런 파미르 고원에서부터 쿠바의 수도 아바나와 트리니다드, 잉헤니오스 계곡, 체 게바라의 도시 산타클라라 등 자연과 도시, 골목 곳곳, 현지인들의 삶과 일상, 문화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저자만의 문학적 감성이 응축된 수필의 미학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영화를 보듯 생생한 여행의 현장감과 낭만주의 문학작품을 읽듯 유려하고 리듬감이 살아있다.

그가 꿈꾸는 다음 여행지는 아이슬란드다. 9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지만 기회가 닿으면 가볼 참이다.

“인생은 세상살이를 이것저것 체험하는 여정이 아닐까요.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고 가야죠. 지금의 꿈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글 쓰는 일과 여행하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민경찬 PD kyungchan63@kyeonggi.com
김종연 PD whddusdod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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