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보험사기 1조원
보험사기 금액이 해마다 늘어 작년에 1조1000억원을 넘고,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도 11만명에 육박한다고 금융감독원이 발표했다. 적발하지 못한 금액까지 합하면 한 해 4조~5조원의 보험금이 보험사기로 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적은 돈을 불입하고 사고 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보험의 특성 때문에 보험 범죄의 역사는 보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세계 최초의 보험 살인은 1762년 영국에서 오늘날과 같은 생명보험사가 설립된 그해에 벌어졌다. 이네스라는 사람이 양녀를 거액의 보험에 가입시킨 후 독살하고 보험금을 타내려다 적발돼 사형에 처해졌다. 우리나라 보험 범죄 역사도 100년이나 된다. 1924년 매일신보에 “보험 가입 후 허위 사망 신고를 했다가 적발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남편 사망 보험금 8억원을 노린 이은해의 계곡 살인 사건을 비롯해 끔찍한 보험 살인이 1년에 5, 6건씩 일어난다. 하지만 실제 강력 보험 사기 범죄는 적고 전체 보험사기의 절반이 ‘보험빵’ 같은 자동차 관련이다. 보험금을 타려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것을 ‘보험빵’이라고 한다. ‘뒤쿵(차를 뒤에서 쿵 들이받는) 알바단’이라는 보험사기단도 있다. 인터넷 카페나 텔레그램으로 “하루 일당 100만원” “고액 알바”라고 광고해 참가자를 모집한다.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차선을 위반하는 차량 등을 노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는 보험금을 나눠 갖고 흩어진다.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는 이제 흔하다.
▶강원도 태백에서 병원장과 보험설계사, 가짜 환자 400여 명이 150억원대 보험사기를 벌이다 들통났다. 보험모집인과 병원 브로커가 군인 800여명에게 접근해 보험을 여러 개 가입시킨 후 병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끊어 건당 1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가게 한 조직적 보험사기도 있었다. 공짜 성형수술을 해주겠다고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모집한 후 서류를 조작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암보험에서 보험사기는 날로 진화한다.
▶10만명 넘는 보험사기를 직업별로 분류했더니 회사원(21.3%)이 가장 많고 무직·일용직(13.2%), 전업주부(9.3%), 학생(5.0%) 순이었다. 20대는 자동차 관련 사기가 많고, 60대 이상은 병원 관련 사기가 빈번했다. 조직적 보험사기가 널려 있어 누구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반대로 보험의 특성상 보통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새 보험사기를 저지를 수 있다. 사고를 부풀려 보험금을 더 타내려는 작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다 적발되면 누구든 보험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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