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농협은행 ‘돈 사고’…이석용 행장 ‘조기퇴진론’ 들썩 [한양경제]
현 행장 체제서도 금융사고…‘비리 근절’ 공언 무색
중앙회장 교체기 겹치며 파장…계열사 교체 폭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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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취임 1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잊힐만하며 터져 나온 내부 직원의 비리 혐의 사건이 1년 새 다시 불거진 것이다. 취임 후 ‘내부 비리 근절을 하겠다’는 이 행장의 공언이 무색하게 농협은행의 ‘돈 사고’가 재연되면서 책임론이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농협 조직 내부에서는 금융지주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수장 교체기에 터져 나온 내부 비리 혐의에 이 행장의 ‘조기 퇴진론’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 4년 넘게 놓친 ‘배임’…연이은 금융사고에 ‘사회적 공분’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전날 “109억4천733만7천원 규모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농협은행은 해당 직원을 형사고발했고, 향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임 혐의로 지목받은 직원은 여신(대출) 업무를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사고에 따른 손실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농협은행은 밝혔다. 다만 지난 2019년 3월 25일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장기간 발생한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농협은행이 해당 직원 등에 대해 형사고발을 한 만큼 고의성 여부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최근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횡령이 아닌 배임 사건으로 자체 감사 과정을 통해 인지했고 조사 결과를 보고 상응하는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농협은행 측이 해당 사안을 ‘횡령’이 아닌 ‘배임’ 사고로 국한하고 자체 감사를 통해 배임 사고를 적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는 형국이다.
농협은행의 내부 비리 사건이 최근 들어서도 숙지지 않고 발생해 왔고,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4년여 동안 적발되지 않은 채 뒤늦게 드러난 것은 내부통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앞서 지난해 농협은행에서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은행 고객으로부터 18회에 걸쳐 약 2억원을 편취해 주식에 탕진한 직원이 적발된 바 있다. 또 지난 2022년에는 신용카드 결제 대금 약 3억원의 상환을 위해 전산을 조작한 직원들이 적발돼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전 사고액은 29억4000만원에 이른다.
■ ‘선언에 그친 내부통제’ 비판…중앙회장 교체기에 ‘파장’
무엇보다 이번 배임 사건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이 행장 체제에서도 일부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 행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청렴 농협’ 결의대회를 열며 대내외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에도 사고근절과 청렴농협 구현을 위한 ‘윤리경영(3행3무) 실천’을 서약식을 개최한 바 있다. 3행3무는 청렴·소통·배려(3행)을 실천하고, 사고·갑질·성희롱(3무)는 근절하자는 취지의 사내 캠페인이다.
이 행장은 당시 “임직원 모두가 윤리경영을 실천해 고객이 먼저 찾는 신뢰받는 농협은행이 돼야 한다”면서 “윤리경영 실천 3행3무 운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은행 안팎에서는 이 행장의 내부통제 강화 메시지가 ‘단순히 선언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동시에 이 행장을 향한 ‘책임론’까지 대두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왔던 만큼 이 행장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 강호동 신임 회장이 7일 임기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미칠 파장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농협중앙회장이 교체되는 시기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한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 부문 주요 계열사 CEO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있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탠다.
지난 2016년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 취임 당시 이경섭 당시 농협은행장 등 주요 금융계열사 CEO들이 사표를 냈고, 6일 퇴임한 이성희 중앙회장도 2020년 취임 당시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 등 주요 금융계열사 CEO들로부터 사표를 받은 바 있다.
애초 신임 중앙회장 취임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조직 안정을 위한 대폭적인 교체’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놨다.
하지만 이번 배임 사고로 농협은행장 교체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용퇴를 결정하면서 농협금융 계열사들의 교체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금융권 한 인사는 “금전 사고의 내용이나 정도가 좀 더 드러나봐야 하겠지만 중앙회장이 교체되는 시기에 농협은행 악재는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는 더 커진 셈이 됐다”면서 “(농협 상층부에서도) 조직 안정보다는 쇄신이 강조하는 분위기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기자 mediaeco@hanyangeconomy.com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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