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日학교 식당의 대변신, 대체 어쨌길래?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 학생들의 휴식처였던 학교 식당을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저출산, 물가 급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재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사업이 악화됐다. 작년 9월에는 히로시마(廣島)시의 식당 운영자가 갑자기 급식을 중단하는 바람에 큰 소란이 있기도 했다.
실제로 전국 학교 식당 운영자의 35%가 적자에 허덕이고 파산의 형태로 사업을 접는 사례가 실제로 증가하고 있다. 그 수치는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파산이 17건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 그 중에서도 공립고등학교에서 학교식당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 와중에도 기발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학교 식당을 성공적으로 살린 학교가 있어 일본 교육계의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카가와(香川)현 히가시카가와시(市)에 있는 현립 산혼마쓰 고등학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 학교의 학생 수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감소돼 전교생이 400명으로 줄은데다 설상가상으로 학교 식당 이용자수마저 3~5%까지 급하락했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봄, 학교 식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졌을 때 이 학교에 새롭게 부임한 교장이 학교 식당 운영과 관련해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산혼마쓰 고등학교의 전 교장이자 현재 히가시카가와시 교육위원회의 교육협력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이즈미야 토시로가 2020년 4월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 학교 식당의 이용자는 거의 없었다.
이즈미야는 즉각 현지 식재료를 사용한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사를 변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모에 응한 것은 이 지역 농업협동조합 '후쿠에이 중앙'뿐이었다. 이즈미야 교장은 후쿠에이 중앙 측에 메뉴를 한 끼 정식으로 제한해 식품 로스를 줄이고 비표준 야채를 사용해 저렴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학생들이 학교 식당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생들을 식당 운영에 참여시키기로 과감하게 결정을 한다. 이로써 학교 식당은 중요한 '수업 교재'로 변신하게 된다. '학교 식당이 학생들의 것이 되면 이용률은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라는 생각 아래 학교 식당을 교육현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컨셉을 바꾸게 된다.
이즈미야 교장은 그해 9월, 학생들에게 고지를 통해 식당 운영을 함께 할 '경영진' 모집에 들어갔다. 1기로 모인 24명에게 각자 스터디를 통해 팀을 짜게 했고 식당 운영사와 협업을 진행시켰다.
예를 들어, 'PR 팀'은 메뉴의 그림을 그려 학교 전체에 홍보했다. '야외팀'은 학교 공터를 밭으로 일궈 거기에서 수확한 채소를 학교 식당에서 사용하고 남는 채소는 지역 사회에 판매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을 학교 식당에 초대해 떡 만들기 대회를 열기도 한다. '메뉴 개발 팀'은 지역 명물인 하마치(방어의 새끼)를 재료로 한 햄버그 스테이크를 개발하고, '마르쉐 팀'은 지역 행사에서 학교 식당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주민들에게 판매해 학교 식당 운영을 지원한다.
메뉴는 400엔(약 3600원)의 '오늘의 정식' 단일 메뉴다. 사전판매 식권제로 운영돼 푸드 로스를 최소화했다. 여름과 겨울 방학에도 운영된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500엔(약 4500원)에 판매하며 수익을 올린다.
이렇게 진행한 프로젝트는 학교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식당 이용률을 3~5배 이상 올려 1년만에 흑자를 달성하게 되는 기적을 이루게 된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9개팀, 65명이 활약중이다. 이 중에는 직접 개발한 매실즙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배워 식품업계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인 고3 수험생이 있을 정도로 그 열정이 넘친다.
전문회사에 맡겨 놓고 이용률이 내려가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학교 식당을 수업 교재로 재정의를 내리고 '특별 수업'을 바로 실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자긍심을 한껏 고취시키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직접 경험케 했다. 그 어렵다는 '흑자 경영' 성공도 맛보게 해 줄수 있는 교육자가 '참 교육자'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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