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시신 묻을 곳도 없다", 종말론적 위기 맞은 가자 주민들

박영서 2024. 3. 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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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어린이들이 구호 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만 5개월을 앞둔 가운데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신 묻을 곳도 없다"는 가자지구 장묘업자의 한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굶어죽는 어린이까지 나오는 등 인도적 위기도 심각합니다. 하지만 휴전은 감감 무소식입니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가자지구 사망자가 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시신을 묻을 공간마저 부족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한 묘지에서 일하는 장묘업자 사디 바라카(64)는 CNN에 전쟁 이후 자신이 매장한 사망자 수가 1만6880명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최근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한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인 3만631명의 절반이 넘는 숫자입니다.

그가 일하는 묘지는 전쟁 이후 끝없이 밀려든 시신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확장됐음에도 최근에는 추가로 시신을 묻을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바라카는 이곳에서 매일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십 명을 집단 매장합니다. 그는 "한 번에 약 30∼40명씩 집단 매장을 한다"며 "최대 167명까지도 한꺼번에 매장 해봤다. 내 유일한 바람은 존엄을 갖춘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타일과 시멘트를 구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이스라엘에서도 일한 적이 있는 바라카는 전쟁 이전부터 장묘업자로 오래 일해왔습니다. 그런 그도 훼손된 어린이의 시신부터 몰살된 일가족의 시신, 시신 수백구가 한꺼번에 집단 매장되는 현장 등 전쟁 이후 눈 앞에 펼쳐진 참상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면제를 2㎏을 삼켜도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바라카는 자신이 묻은 시신의 85%가 여성과 어린이였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피란을 못 가고) 집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바라카는 가자지구 사망자 중 3분의 1가량인 1만여명이 하마스 대원이라는 이스라엘 측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자신이 묻은 시신 중 하마스 대원 시신은 고작 3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뿐 아니라 극심한 식량난으로 굶어 죽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 탓입니다. 최근 가자 북부를 방문한 한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CNN에 "극심한 영양실조와 기아로 사망하는 어린이들, 심각한 연료 및 음식, 의료 물자 부족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9일에는 가자시티에서 구호 트럭에 몰려든 주민 최소 11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고 이후 미국 등 국제 사회는 가자에서 음식 등 구호 물품을 공중 투하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가자지구에 식량 등 구호품을 공중 투하했던 미국은 사흘 만에 추가로 항공 지원에 나섰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5일 미 공군 화물기가 요르단 공군과 합동작전을 통해 가자에 즉석식품 3만6800명분을 공중 투하했다고 밝혔습니다. 중부사령부는 공중 투하에 대해 훈련받은 병력이 이번 작전에 참여했으며,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식량난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구호 전문가들은 공중 투하 방식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전달할 수 있는 구호품의 양이 트럭에 비해 매우 적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휴전이 절실한데, 이스라엘이 빠진 채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흘간 진행된 휴전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5일 마무리 됐습니다. 하마스 고위 관리인 바셈 나임은 로이터 통신에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공은 네타냐후를 압박해 합의에 이르게 할 미국에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전후로 시작될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이전에 휴전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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