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진짜 무서워요" 초보 아닌 처음. SSG 새 감독은 어떤 리더인가[SC캠프 in 자이]
[자이(대만)=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소리 없이 강하다. 이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SSG 랜더스 이숭용 신임 감독이 사령탑으로서의 첫번째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마쳤다. SSG 1군 선수단은 지난 2월 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1차 캠프 일정을 마친 후, 2월 25일부터 대만 자이에서 실전 경기 위주의 2차 캠프 스케줄을 소화했다. 6일 라쿠텐 몽키즈와의 연습 경기를 끝으로 2차 캠프 일정도 끝이 났다. 이숭용 감독과 코칭스태프, 1군 선수단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선수 이숭용, 단장 이숭용이 아닌 감독 이숭용의 첫 캠프인만큼 모두가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선수 이숭용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 '현대야구'의 주역 중 한명이고, 히어로즈까지 현역 시절에만 주장을 5번이나 했을 정도로 리더십이 있는 선수로 꼽혔다. KT 위즈 단장으로서는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단장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가 앞서 걸어온 길과 감독으로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의 방향성은 같은듯 또 다르다. 감독의 결정, 결단 그리고 분위기가 선수단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숨죽여 그가 과연 어떤 모습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 지켜보는 이유다.
이숭용 감독이 처음부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SSG 베테랑 선수들은 모두 하나같이 똑같은 답변을 내놨다. 주장 추신수는 "감독님과 처음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4시간 동안 이야기 하는데도, 그 4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면서도 "감독님은 소리 없이 강한 분이다. 말로 먼저 떠들지 않고, 소리 없이 조용히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신 분"이라고 이야기 했다. 추신수 뿐만 아니라 다른 고참 선수들도 "지금은 감독님이 자율을 이야기 하시지만, 그 자율의 무서움을 다른 선수들도 알아야 한다. 이런 자율과 지켜보는 시선이 가장 무서운 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는 이숭용 감독이 전반적으로 크게 터치를 하지 않고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고참 선수들에게는 자율을, 어린 선수들에게는 '선입견 없는' 경쟁을 예고했고 현재까지는 그 그림대로 조각들이 채워지고 있다. 이 퍼즐이 다 맞춰졌을때 어떤 모습인지는 앞으로 시즌을 치르면서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 관계자들은 SSG의 야구가 선수들의 포지션과 상관 없이 '수동적인 야구'라고 이야기 했다. 이숭용 감독도 처음 선수들과 만나본 후 "우리 선수들 참 착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프로 선수로서 '착하다'는 표현이 마냥 칭찬으로 들릴 일은 아니다. 큰 물의를 안일으키고, 과하게 튀는 선수도 없지만 반대로 야구를 하는데 있어서도 소극적이고 주체적이지 않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숭용 감독도 "처음 고참들에게 '미국 캠프 왕복이 너무 힘들면 너희들이 알아서 선택해. 2군 캠프에 가도 괜찮아'라고 했더니 선수들이 다 당황하고 처음엔 믿지를 않더라"며 웃었다.
감독의 첫 시즌인만큼 고참 선수들도 예외 없이 미국 캠프부터 출발했지만, 조용하고도 묵직하게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감독으로서는 '초보 감독'이지만, 초보답지 않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새 사령탑이다.
고참 선수들도 "감독님 무서운 분이실 것 같다. 지금은 한없이 너그럽지만, 막상 결단을 내릴 때가 되면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할 수도 있는 분이라는생각이 든다"고 이야기 했다.
이제부터는 그 무서움이 발현될 시간이다. 이숭용 감독은 캠프를 마친 후 시범경기 기간, 그리고 개막에 맞춰 고삐를 당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지금은 잘해주고 있다"고 웃으면서도 "아직은 처음인 코치도 많고, 나도 처음인 감독이다. 우왕좌왕하는건 있는데, 그건 이제 조금씩 맞춰가면 될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코치들에게도 '미션'을 주고 있다. 코치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많은 걸 했으면 좋겠어서 저도 더 과감하려고 하는데, 아직은 실수가 두려운 경우들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자율'에 대해서도 결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숭용 감독은 "어떻게 하더라도 선수들이 해야할 것을 하면 나는 과정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못할 경우에는 칼을 쥐어야 하면, 무섭게 쥘 것이다. 야구는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그게 프로다. 냉정해야 할 때는 냉정할 것이다. 지금은 나도, 코치들도 같이 성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코치로 10년 있으면서 단장으로 우승까지 해보고, 밑바닥부터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어찌됐든 참 행복했다. 하지만 울기도 많이 울었고, 정말 힘들었다. 이제 감독이 됐으니 또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를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이(대만)=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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