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도 몰랐던 우주를 보여준 13조원짜리 망원경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우주 여행 ]

2024. 3.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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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날 우주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다. 우주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과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기한 천체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다양한 우주로 안내할 예정이다.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찍은 먼 우주의 모습. 보이는 천체의 대부분은 은하이다. 은하의 모양, 색깔, 그리고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NASA/ESA/CSA
지적 호기심이 만든 우주망원경
43억 년 전 과거로의 타임머신
2030년엔 'K천문학'도 예상

2022년 7월 인류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제임스웹 망원경을 사용하여 처음으로 우주를 찍은 사진이 전 세계에 발표된 것이다.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 이 망원경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주망원경이다. 미국, 유럽, 캐나다가 이 망원경의 제작과 운영에 무려 13조 원을 투입하였다.

이 망원경으로 살피면 먼 우주의 모습까지 자세히 볼 수 있다. 사진에서 스파이크 여러 개가 뾰족하게 나온 천체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이다. 뿌옇게 보이는 크고 작은 천체는 은하이며 수 천 개가 보인다. 은하는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거대한 천체이다. 은하는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으며 신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은 이런 은하 수백 개가 모여있는 은하단의 중심부를 보여주는데, 이 은하단은 지구에서 43억 광년 거리에 있다. 그러므로 사진은 은하단의 43억 년 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는 제임스웹 망원경을 사용하여 43억 년 전 우주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망원경은 과거를 볼 수 있는 타임머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진에는 눈썹처럼 길게 보이는 붉은 천체도 많이 보이는데, 이는 중력 렌즈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은하단은 중력이 매우 커서 은하단을 지나는 빛의 경로를 휘게 만들기 때문에 돋보기와 같은 렌즈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은하단 뒤에 있는 천체의 모습을 마법사처럼 바꾼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이론적으로 우주에 중력 렌즈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예측은 쉬웠지만 관측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언뜻 보기에 잘 보이지 않지만 좁쌀처럼 작고 희미하게 보이는 천체도 많이 숨어 있다. 이 천체는 별이 아니라 구상 성단이다. 구상 성단은 축구공처럼 둥글게 보이는 성단으로서 수십만 개의 별을 품고 있다. 그러나 멀리 있는 구상 성단은 하나의 별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리 은하의 별과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픽=신동준기자

필자는 이 자료를 분석하여 은하단에서 수많은 구상 성단을 처음으로 발견한 바 있다. 이 은하단은 현재까지 구상 성단이 발견된 은하단 중에서 가장 멀리 있다. 우리 은하에 있는 구상 성단은 나이가 약 130억 년으로서 우주에서 오래된 천체이다. 사진에서 찾아낸 구상 성단은 우리 은하 구상 성단보다 43억 년 더 어릴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어린(?) 구상 성단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있어서 가능하다. 이런 구상 성단을 통해 은하단의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암흑물질의 분포도 알아낼 수 있다. 가장 먼 우주에서 이런 천체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로 신나는 일이며, 천문학자는 이런 우주의 비밀을 모든 사람과 나눌 때 행복을 느낀다.

인간은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우주를 연구하고 있을까. 인류의 문명과 문화가 호기심에 의해 발전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을 보기 위해 현미경을 만들고, 멀리 있는 것을 보기 위해 망원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주 아주 멀리 있는 우주를 보려고 마침내 우주망원경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2022년에는 13조 원짜리 망원경으로 우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기권 바깥에 있는 우주망원경은 지상에 있는 망원경에 비해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다. 우주는 보는 만큼 알 수 있다. 그런데 볼 수 있는 한계는 망원경의 성능에 달려있다. 망원경이 클수록 더욱 멀리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와 공동으로 칠레에 거대한 망원경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2030년경 완성될 예정이다. 그때는 대한민국 천문학계도 거대 망원경으로 더욱 먼 우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 세계에 제공하여, K팝과 함께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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