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불 난 것도 아닌데, 천천히 가”…인천 형식적 화재·지진 대비 훈련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신속히 건물 외부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6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안전체험관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안내 방송이 울려퍼진다. 방송을 듣고 체험관 4층 대강당에 모여있던 공무원들을 비롯해 부평구노인복지관·보훈단체의 주민 등 100여명이 대피 행렬에 나섰다.
이날 부평구는 누전으로 체험관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지역특성화 재난 대비 민방위 훈련’을 했다.
그러나 사이렌과 안내방송 뿐, 아무런 추가 상황이 없다보니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아무런 긴장감 없이 천천히 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간 뒤, 외부로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느듯하게 계단을 내려갔고, 다른 사람들과 개인적인 수다를 떨기도 했다. 심지어 ‘이런걸 왜 하느냐’며 불만을 토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참여자들은 4층에서 1층으로 5분만에 대피했다. 긴장감이 없다보니 인파가 뒤엉키지도 않았고, 그 어떤 방해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외부로 대피하자 부평구 관계자는 “훈련이 모두 끝났습니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라고 공지하며 훈련을 끝냈다.
이 곳에서 만난 A씨(50)는 “도움이 되는 훈련도 아닌데다가 계단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데, 괜히 일 없이 계단만 내려왔다”며 “도대체 왜 하는 줄 모르겠는 훈련은 앞으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다른 지역의 민방위 훈련도 마찬가지로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남동구와 중구 모두 재난 상황을 가정만 했을 뿐 별다른 연출을 없이 대피로를 따라 걷다 끝냈다. 대피 훈련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의 각 군·구가 지진·화재 등 생활밀접재난형 재해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했지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의 민방위 훈련 메뉴얼 등은 화재가 발생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불길이 커져 대피해야 할 경우, 젖은 수건이나 담요를 뒤집어 쓰고 밖으로 신속히 대피해야 하는 형태로 훈련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이번 민방위 훈련은 노인을 대상으로 기획해 실제 현장감보다는 체험하는데 큰 의의를 뒀다”며 “의료 파업으로 훈련 중 부상이 생길 경우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기자 donlee11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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