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계도 발칵...NSF·NASA 등 주요 연구기관 줄줄이 예산 삭감

이정아 기자 2024. 3. 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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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환경보호국(EPA) 등 주요 연방 연구기관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 대비 상당히 삭감할 예정이다. 미국 과학계가 기존 연구 프로그램을 이어나가거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AP연합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환경보호국(EPA) 등 미국 주요 연방 연구기관의 올해 예산이 지난해 대비 상당히 삭감됐다. 미국 과학계가 기존 연구 프로그램을 이어나가거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의회가 이달 8일 대부분의 과학 연구 예산을 지난해 대비 동일, 또는 삭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장 크게 줄은 곳은 NSF다. 2023년보다 약 8.3% 감소한 90억 6000만 달러로 책정됐다. 백악관이 요청한 113억 달러보다 23억 가까이 적은 비용이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새로운 기술과 혁신 관련 부서을 위해 NSF 예산을 늘렸다. 하지만 재정이 어려운 탓에 예산이 크게 줄어, 이 부서 역시 올해는 다른 부서들과 지출 경쟁을 해야 한다.

EPA는 약 10%(10억 달러) 감소한 92억 달러로 책정됐다. 백악관이 요청한 비용보다 1억 달러 적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난해보다 2.8%(4200만 달러) 줄었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은 약 10%(1억 6700달러) 줄었다. 미국 농무부(USDA)의 연구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됐다.

예산이 다소 늘어난 곳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예산이 지난해 대비 1.7%(1억 4000만 달러) 증가한 82억 4000만 달러로 책정됐다. 기초 에너지 과학 프로그램은 3.6%(9200만 달러) 증가한 26억 2000만 달러로 책정됐고, 핵융합과 고에너지 물리학 프로그램도 3% 정도 인상돼 각각 7억 9000만 달러, 12억 달러로 책정됐다. 반면 생물학과 환경 연구, 핵물리학 프로그램 등 컴퓨터 프로그램은 4.9%가 삭감됐다.

전문가들은 사이언스를 통해 DOE의 예산이 전체적으로 증가했으나, 올해 DOE의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을 수 없어 결코 큰 예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 NASA ‘행성 연구’만 15% 줄어... ‘화성 샘플 반환’ 어려울 듯

화성에서 임무중인 NASA의 퍼시비어런스. NASA

NASA의 예산은 지난해 대비 2.8% 증가한 249억 달러로 책정됐다. 지구과학, 천체물리학, 헬리오물리학(태양지구물리학), 생명과학 프로그램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약간 증가했다. 20년간 운영한 인공위성 테라·아쿠아·아우라가 퇴역할 때까지 사용할 만한 예산이 책정됐다.

반면 행성 과학 프로그램은 15% 감소한 27억 달러로 책정됐다. 사이언스는 NASA의 주요 임무, 특히 화성 샘플 반환(MSR)에 대한 임무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화성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암석 샘플을 분석하기 위해 지구로 보내오는 데 최대 11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미국 상원은 이전 예산안 초안에서도 MSR을 취소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최종 법안에서는 MSR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MSR을 담당하는 제트추진연구소가 예산 삭감을 예상해 인력을 감축할 우려가 있어, NASA에서 고급 인력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NASA는 MSR 임무를 완료할 방법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달에 계획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외에 다른 임무들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NASA의 금성 탐사계획인 베리타스와 우주역학위성(GDC), 두 가지 임무에도 압력이 가해졌다. 이 임무들은 이미 NASA에서 비용 초과를 이유로 지연시킨 바 있다. 또한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까지 날아가는 ‘드래곤플라이 로토캅터’와 지구에 위험한 소행성을 찾는 우주망원경 ‘네오 서베이어(NEO Surveyor)’ 임무에도 각각 최소 3억 6000만 달러, 최소 2억 1000만 달러가 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학자연맹의 과학정책전문가인 맷 후리헌(Matt Hourihan)은 사이언스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가 합의한) 지출 한도를 생각하면 과학 연구 관련 예산 증가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여전히 실망스럽다”며 “미국 과학자와 엔지니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지금 같은 시대에 오히려 NSF, NIST 같은 기관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다니 솔직히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이언스 역시 지난해 대비 과학기관의 연구 예산이 동결, 삭감되면서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하며 과학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맬 준비를 하라(prepare to tighten your belts)’고 경고했다. 올해 과학계 연구 예산은 약 4600억 달러인데, 올해 미국 군사 관련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와 국방부에 대한 예산을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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