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구축함 수주 놓고 한화오션-HD현대중 ‘전면전’ 발발
“HD현대중 임원 개입 명확” VS “짜깁기로 사실관계 왜곡”
오너 3세 간 경영능력 시험대…“물러서기 어렵다” 관측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국내 특수선 시장 '양강'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데 이어 5일과 6일 연이어 설명회를 열어 HD현대중공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HD현대중은 입장문을 통해 반박에 나서는 등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선도함 건조에 이어 후속함까지 염두에 둔 싸움이라는 평가와 함께 오너 3세들의 향후 입지 등 여러 사안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임원 개입 명확" VS "이미 종결된 사안"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날 경남 거제시청과 경남도청에서 KDDX 사업 기밀 유출과 관련한 설명회를 잇달아 열었다. 전날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이 있는 경남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4일 KDDX와 관련된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서 HD현대중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한화오션이 고발에 나선 이유는 군사기밀 유출로 논란이 된 HD현대중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처분이 가볍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 이에 경찰 고발이란 후속조치를 단행한 셈이다.
앞서 HD현대중 직원 9명은 2012~2015년 해군의 KDDX 관련 사업 내용을 외부로 유출했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징역형 및 집행유예를 최종 판결받았다.
하지만 방사청은 HD현대중의 KDDX 사업 입찰 자격을 유지했다. 대표나 임원이 개입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방위사업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화오션의 생각은 다르다. 전날 설명회에 나선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사전에 임원과 고위직 간에 협의가 됐기 때문에 군사 기능 열람을 위한 시도 자체가 가능했다"며 "결재 라인만 보더라도 당연히 임원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임원의 개입이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조직적 행위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판결문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목록 △공무원 형사사건기록 등을 통해 KDDX 개념 설계도 유출 과정에서 HD현대중 임원들의 개입이 명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HD현대중도 반박 입장문을 내며 대응에 나섰다. HD현대중은 "문제가 제기된 사안은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됐다"며 "(한화오션의) 발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하반기 입찰 결과에 따라 사업 독식 가능성↑
양사가 경찰 고발과 반박을 통해 날을 세우는 이유는 KDDX 사업이 오는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어서다.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에서 한화오션은 개념설계를, HD현대중은 기본설계를 맡았다.
올 하반기엔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입찰이 예정돼 있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은 곳이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도 맡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더 나아가 후속함 건조도 선도함 건조를 맡은 업체가 입찰을 따내기 쉽다. 현재로선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이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사업 수행 업체를 결정하는 방사청 결정을 불복하는 형식을 띠면서까지 행동에 나선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오너 3세들의 향후 입지를 감안할 때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주도했다. 방산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우려는 김 부회장 입장에선 이번 KDDX 사업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입장에서도 이번 사업 수주에서 물러설 수 없다. 2025년 이후엔 대형 함정 수주 물량이 1척에 그쳐 엔니지어 인력 유지가 쉽지 않아서다. KDDX 사업을 반드시 따내야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입찰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두 오너 3세들도 경영 능력이 걸려 있는 문제라 이번 경쟁에서 물러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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