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35%·아우디 88% 급감 … 콧대 높던 수입차 고전
신규등록 1만6천대 25% 줄어
최대 실적 볼보·포르쉐도 위기
가까스로 3위 지키던 아우디
올들어 447대 팔려 12위 추락
폭스바겐 올해 1만대 어려울듯
신규수요 상위 브랜드에 집중
당분간 보릿고개 불가피
올해 들어 수입 승용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수입차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해마다 매출 신기록을 세웠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실적을 유지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잡고 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볼보와 포르쉐마저 성장세 둔화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가 작년 2월(2만1622대)보다 24.9% 줄어든 1만6237대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한 주요 브랜드별 판매량 감소율은 아우디 88%, 벤츠 35%, 렉서스 32%, 포르쉐 26%, 폭스바겐 11%, BMW 5% 등으로 집계됐다.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두 달 연속 역성장했다. 올해 1월 수입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감소한 1만3083대로, 2013년 1월(1만2345대)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었다.
올해 1~2월 누적 판매량은 2만9320대를 기록했는데, 연초 두 달간 판매량 합계가 3만대를 밑돈 것은 2014년(2만8701대) 이후 10년 만이다. 이마저도 수입차 판매사들이 3월에 출고될 차를 2월에 앞당겨 출고하는 식으로 겨우 맞춘 실적이라는 후문이다.
수입차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곳은 판매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브랜드다. BMW 등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에 신규 수요가 집중되면서 판매량 상위 브랜드와 하위 브랜드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속한 26개 브랜드 중 판매량 상위 5곳의 합산 점유율은 올해 1~2월 7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74.7%·연간 기준)와 비교해 1.3%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추락세가 가장 두드러진 브랜드는 아우디다. 2013년 서울 용산역 앞 사거리에 문을 연 아우디 한강대로 전시장이 10년여 만에 철수한 게 단적인 사례다. 아우디는 지난해 볼보와 순위 경쟁을 펼친 끝에 가까스로 3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 1~2월 아우디 판매량은 447대에 그치며 전체 12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볼보(1926대)와 렉서스(1917대)는 각각 아우디의 4배 이상을 팔았다.
폭스바겐의 경우 올 1월 말 사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3년여 임기를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국내 폭스바겐 사업 총괄은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사장이 겸임하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은 한국에서 연간 3만대 이상 팔았지만, 디젤게이트 이후 판매량이 줄어 작년에는 1만247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1만대 클럽' 사수마저 폭스바겐에는 도전 과제다. 올해 1~2월 폭스바겐 판매량은 515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8% 줄었다.
지프와 푸조 차량 등을 수입·판매하고 있는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제이크 아우만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텔란티스는 신임 사장 선임을 계기로 올해 전열을 가다듬고 한국 시장에서 반등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에 몰아친 한파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판매 신기록을 세운 수입차 브랜드들도 올해는 '현상 유지'를 목표로 꼽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전시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판매 실적이 하락세인 수입차 브랜드들은 신규 수요 위축의 여파로 올해도 '보릿고개'에 허덕일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신차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선 인지도가 높은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 구매자가 몰릴 수 있다"며 "국산차와 경쟁 모델이 겹치는 중저가 브랜드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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