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가 갑상선 수술로 둔갑…보험사기 11만명 적발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4. 3.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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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험사기 1조1164억, 또 사상최대
병원·브로커·환자 공모 성행
"車로 돈벌 사람" SNS 글에는
150명 보험사기 가담하기도
고의충돌 등 車보험 사기 최다
하반기 보험사기특별법 시행
광고·알선만 해도 징역 처벌

A병원 의사는 브로커 4명을 통해 공짜 성형시술을 해주겠다며 실손의료보험 가입 환자를 모집했다. 실제로는 미용·성형시술을 하고 갑상선 고주파절제술, 자궁 하이푸시술 등을 시행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 A병원 의사와 브로커, 환자들은 총 3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박 모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차에 앉아서 돈 벌 사람"이라는 글을 올리고 보험사기 가담자를 모집했다. 여기에 호응한 인원만 150명. 박씨 등은 인천 지역에서만 183차례 고의 접촉사고를 일으켜 상대방에게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보험업계에서 공동 조사를 벌였고 박씨 등은 검찰에 송치됐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4억5000만원에 달했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조직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병원까지 한통속이 돼 보험사기를 저지르는가 하면 인터넷에서 버젓이 사기 가담자를 공모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 정도와 무관하게 '일단 한방병원을 찾아 드러누워야 한다'는 식의 관념도 굳어가고 있다. 보험사기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인원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164억원, 적발 인원은 10만9522명이었다. 2022년 1조원 규모가 넘는 보험사기가 적발됐고 적발 인원도 1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이를 재경신한 것이다. 보험 유형별로는 자동차보험 사기가 5476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장기보험(4840억원)과 보장성보험(438억원), 일반보험(409억원)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운전자·피해물 등 조작과 고의 충돌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771억원 증가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적발 인원을 기준으로 50대가 22.8%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22.6%), 40대(20.1%)가 뒤를 이었다. 20대는 고의 충돌과 음주·무면허운전 등 자동차와 관련된 것이 많은 반면 60대 이상은 허위 입원 등 병원 관련 사기가 빈번했다.

금융·수사당국은 특히 최근 브로커와 병원이 연계된 조직형 보험사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금감원과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영·민영 보험금을 타낸 혐의가 발견된 3건을 공동 조사·수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관이 선정한 사례를 보면, 한 병원은 환자 200여 명과 공모해 실제로 입원한 것처럼 꾸미고 보험금과 요양급여를 받아간 혐의를 받고 있다. 백옥주사 같은 미용치료를 도수치료로 조작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청구한 혐의도 발견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가진 환자를 연결해 줄 테니, 수수료를 달라'는 식으로 병원 측에 접근하는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브로커형 보험사기 조직이 전국적으로 20개 이상, 인원으로는 1700~2000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전체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선택을 하게 될 수 있고 보험사기와 관련이 없는 가입자들까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 과잉진료나 보험사기 등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실손보험은 보험업계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2조원 이상 적자를 봤다. 특히 물리치료로 지급된 보험금이 크게 늘었다.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에서 2022년 비급여(건강보험 적용 제외) 항목 물리치료로 지급된 보험금은 9371억원으로 최근 4년 새 지급 규모가 2배가량 커졌다. 4대 보험사가 재작년에 지급한 물리치료비 대부분은 정형외과가 차지했지만, 27억3000만원이 성형외과로 나가기도 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는 만큼 향후 보험사기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앞으로는 보험사기의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보험사기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이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만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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