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젊은 전공의 희생 과도…전문의 중심 인력구조로 바꿀 것"(종합)
"빅5병원 중증보상 확대·경증보상 축소…전공의 이탈에 비상체계, 증원 시급 입증"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곽민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적인 의료현장 이탈을 두고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의사 수 증원이 왜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이고 국가적으로 비상 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 지금 의료현장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이후로 약 8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대다수 의사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이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 체계를 보다 강화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이들이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 발전체계 개발과 지원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는 의사 지시에 따라 수술 보조 등 의사 업무를 일부 수행한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이들에게 일부 업무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는데, 이를 두고 법적인 보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또 공보의와 군의관을 기존에 소속됐던 병원을 중심으로 투입하고, 병원이 필수과목 전문의와 간호사를 신규 채용할 수 있게 인건비를 지원해 추가 인력 투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소위 '빅5' 병원에 대해선 "중증, 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며 "비중증 환자를 지역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그동안 왜곡된 상태로 방치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 대통령은 '병원 운영 구조'를 더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방침도 상세히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형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며 "필수의료 과목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 필수분야 인력난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병원 운영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수련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전공의가 아니라, 표준화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유능하고 전인적인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급격한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각종 통계를 들며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1개 의대당 한 학년 정원이 독일 243명, 영국 221명, 미국 146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7명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고 한다. 교수 인력 측면에서도 의대 교수 1인당 법정 학생 정원이 8명인데 현재 평균은 1.6 명에 불과해 전임교수 수도 매우 넉넉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이 기간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간 변호사 수가 늘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의료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은 의대 정원 증원을 기본으로 하면서, 의료정책 대안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으로부터 의료계 집단행동 동향 및 대응 상황, 필수 의료 건강보험 보상강화 추진계획, 지자체별 비상진료 운영 상황, 의대 정원 증원 신청 현황 및 후속 계획 등을 보고받았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후 시도 비상진료체계 운영 상황과 응급 이송체계 운영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17개 시·도지사,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참석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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