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과일도 감지덕지"… 무서운 사과값, 귤값까지 밀어올려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4. 3.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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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서대문구 이마트 신촌점.

50대 여성 김 모씨가 일명 '보조개(못난이) 사과'가 담긴 봉지를 연신 살펴보며 상태 좋은 제품을 찾고 있었다.

이날 이마트는 보조개 사과 8개를 1만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김씨는 "과일을 못 사먹은 지 한두 달 된 거 같은데 사과를 싸게 판매한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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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71%↑ 귤 78%↑…과일값 상승률 32년만에 최고
사과 가격 부담 느낀 소비자
대체품으로 귤·토마토 선택
연쇄적으로 과일 가격 올려
지난해 폭우·탄저병 여파도
신선식품 수요 늘어나는데
검역에 주요 과일 수입 막혀
사과와 귤을 비롯한 과일 값이 치솟으면서 2월 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섰다. 1년 전보다 귤은 78.1%, 사과는 71% 급등했다. 6일 서울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사과를 고르고 있다. 이충우 기자

6일 서울 서대문구 이마트 신촌점. 50대 여성 김 모씨가 일명 '보조개(못난이) 사과'가 담긴 봉지를 연신 살펴보며 상태 좋은 제품을 찾고 있었다. 이날 이마트는 보조개 사과 8개를 1만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으로 20% 할인 중인 사과 5~6개를 1만432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가장 저렴한 상품이다. 김씨는 "과일을 못 사먹은 지 한두 달 된 거 같은데 사과를 싸게 판매한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검역 문제로 수입이 이뤄지지 않는 사과를 비롯해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은 과일과 채소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 가격은 1년 전보다 71.0%나 올랐다. 사과 값이 반년 넘게 치솟다 보니 소비자들이 대체재로 찾아나선 다른 과일 값까지 연쇄 급등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귤은 78.1%, 배 61.1%, 토마토 56.3%, 딸기는 23.3% 올랐다. 이에 지난달 신선과실 가격 상승률(41.2%)은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같이 급격하게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일차적으로 지난해 집중호우 등에 따른 악천후와 탄저병으로 인한 공급 감소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의 기상 여건도 녹록한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조량 부족에 참외 출하에도 타격이 발생했다.

기상 악화에 더해 일부 품목은 현실적으로 수입이 막혀 있어 공급이 제한된다는 점도 가격 상승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신선 과채류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가격이 치솟은 농산물 중에는 국내에서 검역을 이유로 수입되지 않은 품목이 상당수다. 현재 사과·배·복숭아·수박·대추·오이·고추 등 8개 작물이 검역 문제로 국내에 수입되지 못하고 있다.

사과는 현재 대부분의 외국 사과가 검역 1~2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느린 검역에 대해 과실파리를 비롯한 해충의 국내 유입 우려를 이유로 들며 "과학적 절차에 따라 검역을 진행 중"이란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검역을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당분간 사과 수입을 통한 물량 확대 가능성은 전혀 없다.

통계청·농촌진흥청 가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과실·채소 상당수는 농가 소득 상위 작목이다. 2019~2023년 가격 상승률이 컸던 과채는 오이(45.4%) 딸기(43.8%) 포도(43.0%) 사과(36.9%) 순이다. 농진청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오이가 농지 1000㎡당 소득액 1803만원으로 1위다.

한편 국제유가 역시 물가에서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 초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달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기준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635.4원으로 전주 대비 8.3원 인상됐다.

[이윤식 기자 / 안병준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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