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비 500배 늘때 의대증원 2배뿐 … 전공의 의존 낮출 것"
"의대교수 1명당 학생 1.6명
대학 정원 확대 여력 충분해"
전문의 중심 의료시스템 개편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도
의대정원 확대 찬성여론 84%
"미복귀 전공의 엄단해야" 43%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대해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40개 대학을 상대로 의대 정원 수요조사도 마친 만큼 정원 확정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의사들의 불법행동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와 학생마저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갈등 국면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 헌법과 법률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국가와 의사에게 아주 강한 공적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국가는 헌법 제36조에 따라 국민 보건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고, 의사는 국민 보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의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며 "의사의 자유와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 행정명령 등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의사단체 측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회의에 이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국민 모두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 비상회의체를 가동해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라며 "의사 수 증원이 왜 시급하고 중한 과제인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같은 기간 의대 정원이 1380명에서 3058명으로 겨우 2.2배 증원됐기 때문"이라고 설했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과대학당 한 학년 정원이 평균 77명인 데 반해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 미국은 146명"이라며 "의대 교수 1인당 법정 학생 정원이 8명인데, 현재 의과대학 평균이 1.6명에 불과해 전임교수의 수도 매우 넉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난이도가 높은 중증 심장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사후 보상을 추진하며 지방의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에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해 가장 시급한 분야부터 보상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강경 대응 고수 입장을 밝힌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남은 의료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급 종합병원에서는 환자를 추가로 받지 못하고 돌려보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전날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던 한 중증 환자는 의료진 공백으로 진료가 힘들다는 설명과 함께 경북 안동병원으로 안내받았다. 안동병원은 해당 환자가 이날 신장내과·혈액종양내과 등 관련 과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병원에 남은 의료진도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중증이 아닌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줄였다"며 "사태가 한 달 이상 더 지속되면 환자를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1285억원 규모 예비비 지출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예비비는 야간·휴일 비상당직에 나서는 의료 인력 인건비를 지원하고, 전공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채용하는 일손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한편 국민 절반가량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는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2000명은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48%로 나타났다. '2000명보다 적게 늘려야 한다'는 36%,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11%, '모름·무응답'은 5%였다.
[강민호 기자 / 김정환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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