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독감 치료, 항바이러스제 한알로 막는다?

원종혁 2024. 3. 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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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유행 지속 전망...투약 횟수 개선한 신약 20년만에 등장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한 어린이가 독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인플루엔자 감염 유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3가지 유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형 (H1N1)pdm09, H3N2, B형 Victoria)가 동시 다발적으로 유행하는 가운데, 앞서 A형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다시 B형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작년에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발생률(인구 1000명 당 61.3명)을 기록했으며, 유행 기간에 고위험군에 속하는 소아·청소년층에서 감염 사례가 뚜렷하게 증가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인플루엔자는 감염성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지만, 아직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소아에서 유독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 문제는 연령이 어릴수록 증상이 심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아와 2세 미만의 소아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만성질환을 가진 고위험군 성인 및 노인과 입원율, 합병증 발생률이 유사한 수준으로 보고된다. 때문에 소아 환자에서는 감염 초기부터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통해 합병증의 발생 및 입원,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소아 환자 치료는 약물의 투여 기간과 빈도(횟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소아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치료 첫날에는 복약 순응도가 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지만, 기간이 길어질 수록 절반까지 떨어졌다. 또한 1일 2회 투여와 4회 투여시 복약 순응도는 각각 70%, 20% 수준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신규 항바이러스제 20년 만에 등장... "1회 복용으로 감염 치료·예방"

최근 소아 인플루엔자 치료 분야에도 약물 투여 기간과 빈도를 개선한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20년 만에 등장했다.

'조플루자(성분명 발록사비르 마르복실)'는 만 1세 이상의 소아와 청소년, 성인에서 인플루엔자 A형 또는 B형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료와 노출 후 예방요법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2019년 만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최초 승인을 받은데 이어, 작년 10월 만 1세 이상으로 처방 연령이 대폭 확대됐다. 올해 2월엔 소아 투약을 위한 현탁액 과립 제형도 추가로 도입됐다.

현재 인플루엔자 치료에 사용되는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 등의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 억제제와는 작용 방식부터가 다르다. 뉴라미니다아제 계열 약물은 복제를 마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세포로부터 방출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조플루자는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처음부터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실제로 조플루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엔도뉴클레아제(endonuclease) 단백질을 억제해 복제 초기 단계부터 작용을 한다. 따라서 단 1회 복용만으로도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시간을 짧게 단축시켜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감염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이미 글로벌 3상 임상시험(miniSTONE-2와 BLOCKSTONE 연구)을 토대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만 1세~12세 미만의 건강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miniSTONE-2 연구에서는 조플루자와 타미플루를 직접 저울질했다.

그 결과, 조플루자는 타미플루와 비교해 감염성 바이러스의 검출이 중단되기까지의 기간을 2일 이상 줄였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조플루자 치료 후 심각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조플루자와 타미플루 치료군에서는 각각 46.1%와 53.4%로 이상반응 발생률이 비슷했다.

치료에 이어 인플루엔자 예방 효과도 두드러졌다. 감염이 확인된 가족과 함께 사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평가한 BLOCKSTONE 연구에 따르면, 조플루자는 감염자와 함께 사는 가족구성원의 인플루엔자 발병 위험을 위약(가짜약)군 대비 86% 감소시켰다. 이때 이상반응의 발생률도 조플루자와 위약군에서는 각각 22.2%, 20.5%로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지만 교수는 "최근 독감 대유행에서 보듯 인플루엔자는 어린이집, 학교, 가정을 통해 확산돼 사회경제적 부담을 높이며, 연령이 어릴수록 증상이 심하거나 심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보다 빠르고 효과적이며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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