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대신 브랜드 팔아요"… 체험 매장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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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과 양말을 벗고 손으로 벽을 더듬어가며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동굴을 걷는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지난해 문을 연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탈리다쿰의 복합문화공간 '티케이엔(TK&)' 역시 제품 대신 작품 전시에 비중을 뒀다.
제품 판매에 주력하기보다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게 탈리다쿰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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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판매 위한 매장 대신
기업 철학 공유 공간 오픈
'핫플' 등극하며 큰 인기
"내 가치와 맞는 상품 구매"
MZ세대 소비성향 맞닿아
신발과 양말을 벗고 손으로 벽을 더듬어가며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동굴을 걷는다. 맨발에 느껴지는 차가운 자갈 감촉을 따라가면 작은 불빛과 은은한 향기가 공존하는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는 세 개의 향초와 일렁이는 작은 조명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다. 잠시 '불멍'을 하다 다시 걷다보면 좁은 돌 틈으로 오로라가 보인다. 진흙길과 모랫길을 지나 새들이 사는 숲길에서 차를 마시고 길을 재촉하니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수반을 마주하게 된다. 6일 방문한 이곳은 2021년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섬세이 테라리움'이다. '자연의 감각을 시공간에 제약 없이 실내에서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이 회사의 첫 번째 공간 프로젝트다.
섬세이는 보디드라이어 '에어샤워'와 캔들워머 '실버라이닝 워머'를 주력으로 하는 소형 가전 기업이다. 하지만 섬세이 테라리움에서는 제품 전시와 판매가 별도로 이뤄지지 않는다. 맨발 체험을 한 후 발을 씻는 공간 옆에 자사 보디드라이어가 놓여 있고, 동굴에 캔들워머가 있는 정도다.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도 없다. 관람객이 퇴장하며 먼저 관련 제품에 대해 문의하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라는 정도의 안내만 할 뿐이다. 제품에 대해 알릴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섬세이는 총 10억원을 투자했다. 섬세이의 슬로건은 '자연을 늘 마주할 수 있도록(Nature, Anytime Anywhere)'이다. 전시장 곳곳이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으면서 회사와 제품 인지도도 덩달아 올라갔다.
섬세이 테라리움처럼 제품이 아예 없는, 혹은 잘 드러나지 않는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전시장이나 상점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체험형 매장을 만들어 브랜드와 기업의 철학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지난해 문을 연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탈리다쿰의 복합문화공간 '티케이엔(TK&)' 역시 제품 대신 작품 전시에 비중을 뒀다. 지하에는 송지혜 작가가 탈리다쿰과 함께 작업한 하얀 민들레 요정 일러스트를 포함해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제품 판매에 주력하기보다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게 탈리다쿰의 생각이다. 탈리다쿰은 티케이엔을 국내 저력 있는 브랜드들에 팝업스토어 공간으로 무상 제공하기도 한다.
이 같은 중소기업 행보는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 표출하는 MZ 세대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이런 성향을 믿음과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을 합쳐 '미닝아웃'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미닝아웃이 가치가 맞지 않는 기업의 물건을 불매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는데, 최근에는 자신과 가치·신념이 맞는 기업을 찾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로 확산됐다.
가구 브랜드 데스커도 올해 서울 연남동에 '데스커 라운지 홍대'를 열었다. 전시 공간에서는 일하는 사람의 성장을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되고, 업무 공간은 실제 방문자가 일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데스커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별도 공간은 없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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