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색조' 한우물···가성비 앞세워 K뷰티 이끈다 [스케일업 리포트]

박정현 기자 2024. 3. 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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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아
2011년 법정관리 절차 밟았지만
쿠팡·H&B매장 입점으로 기사회생
경영권 분쟁·팬데믹 등 악재에도
판매 채널 다각화로 성장세 유지
내달 스팩 합병 통해 코스닥 상장
박광춘 삐아 대표. 이호재기자
[서울경제]

2000년대 초반 국내 화장품 시장은 단일 브랜드로 운영되는 로드숍 전성시대였다. 이후 2010년대에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면세점을 중심으로 명품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값비싼 화장품이 시장을 이끌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올리브영·쿠팡·에이블리 등 화장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유통망이 확대되고, 소비자의 취향도 다양해지면서 좋은 품질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인디 브랜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국내 인디 브랜드들은 ‘K뷰티’란 이름 하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년간 굳건하게 ‘가성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지켜온 회사가 있다. 바로 화장품 카테고리 킬러 기업 ‘삐아’다. 2004년 3월 설립된 삐아는 제품 기획 역량을 기반으로 ‘색조’라는 한 우물을 판 화장품 전문 기업이다. 18세에서 25세 여성을 타깃으로 유니크함을 강조한 색조 전문 브랜드 삐아부터 Z세대와 알파세대를 겨냥한 에딧비, 베이스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어바웃톤, 그리고 실용적인 메이크업 제품으로 구성된 이글립스까지 총 4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59억 원 수준이었던 삐아의 매출은 지난해 379억 원으로 증가하며 연평균 3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 매출은 410억 원 이상으로 2027년까지 7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삐아는 이같은 성장세에 가속 패달을 밟기 위해 스팩 소멸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올 1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최근 주주총회에서 신영스팩7호(419270)와의 합병이 승인됐다. 이에 다음 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

법정관리에서 판매 채널 다변화로 ‘기사회생’

박광춘(사진) 삐아 대표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빠른 성장 비결에 대해 “쿠팡부터 에이블리, 헬스앤뷰티(H&B) 매장까지 화장품 판매 채널이 확장될 때 선제적으로 입점한 덕분”이라며 “오랜 시간 축적된 제품 기획 및 개발 능력과 성공적인 해외 시장 진출도 외연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화장품 방문 판매가 활발히 이뤄졌던 2000년대에 생긴 삐아는 당시 시장의 흐름과 달리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제품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고, 회사 경영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서 결국 2011년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품 개발과 신규 유통망 확보에 집중한 삐아는 뷰티 분야 확장에 나선 쿠팡을 만나면서 새로운 활로를 확보했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삐아의 가격 전략이 쿠팡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부합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쿠팡이 전략적으로 화장품 쪽을 키우기 위해 가격과 제품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를 찾고 있었다”며 “이에 적합한 브랜드가 삐아였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에 입점한 후 소비자들의 후기가 쌓이며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돼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쿠팡이라는 안정적인 온라인 매출처를 확보한 삐아는 오프라인 채널 공략에도 나섰다. 2015년 당시 점포 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던 랄라블라와 롭스에서 관심을 가지고 삐아를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박 대표는 “랄라블라와 롭스를 통해 좋은 조건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며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삐아는 랄라블라와 롭스의 사업 축소, 경영권 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악재를 겪으며 다시 한 번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전의 경험을 살려 2022년 올리브영 온라인몰에 입점했으며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오프라인 매장 판매도 시작했다. 아울러 사업 영역을 화장품으로 확대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에도 발빠르게 진입하는 등 판매 채널 다각화에 성공해 견고한 실적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음 목표는 글로벌···베트남 찍고 영국·인도까지

국내에서 내실을 다진 삐아는 해외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오며 2022년 기준 현지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섰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꺾이고 있던 상황에서 베트남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었다. 큐텐, 라쿠텐 등 온라인 채널에 선진입해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던 가운데 대표 제품인 ‘삐아 라스트 오토 젤 아이라이너’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에 지난해 5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로프트, 플라자 등 오프라인 판매 채널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함과 동시에 미주, 유럽, 중동, 인도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최근 핀란드에서 자사의 마스카라가 주목을 받으며 유의미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K뷰티에 대해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장을 통해 ‘스케일업’···3년 후 매출 700억 달성

이처럼 다양한 풍파를 겪으며 20년간 성장해온 삐아는 ‘기업공개’를 통해 다시 한 번 스케일업에 도전한다. 상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스팩 소멸 방식을 택한 삐아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신영스팩7호와의 합병을 승인받았다. 합병기일은 다음 달 9일로 오는 4월 2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 박 대표는 “상장은 회사의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내고 제품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제품력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국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오는 2027년까지 매출 7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삐아, 에딧비, 이글립스, 어바웃톤 등 4개의 브랜드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K뷰티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인디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사진=이호재 기자 s02079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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