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빼고 다 실패, 보라스 이제 한물 갔다? 예비 FA 사이영상 투수 "평판 나쁘지만…이만한 에이전트 없다"
[OSEN=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기대했던 FA 대박이 물건너갔지만 선수는 에이전트와 포옹을 나눴다. 선수들에게 여전히 지지 받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72)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라스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FA 고객인 내야수 맷 채프먼(31)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 기자회견을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로선 이 자리에 오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채프먼은 샌프란시스코와 3년 보장 5400만 달러에 FA 계약했다. 옵트 아웃 2개가 포함된 사실상 1년 단년 계약. 2019년 시즌 후 오클랜드의 10년 1억5000만 달러 연장 계약, 지난해 시즌 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부터 4~5년 1억2500만 달러 규모의 연장 계약을 모두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왔는데 찬밥 대우를 받았다.
또 다른 보라스 핵심 고객인 ‘타자 FA 최대어’ 코디 벨린저(29)도 지난달 말 시카고 컵스와 3년 800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옵트 아웃 2개를 넣었다. 채프먼도 벨린저처럼 장기 계약을 포기하고 사실상 1년 계약으로 FA 재수를 결정했다. 벨린저는 2억 달러, 채프먼은 1억 달러가 기본으로 예상됐는데 이에 반도 못 미치는 계약했으니 보라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포스팅에 나선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26)를 6년 1억1300만 달러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액수에 샌프란시스코로 이끈 보라스이지만 그 외의 핵심 고객들은 실패를 거듭 중이다. 여전히 FA 시장에 미계약 신분으로 남은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의 사정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 ‘보라스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보라스를 믿고 지지하는 선수가 있다. 다음 FA 시장에서 투수 최대어를 예약한 사이영상 출신 투수 코빈 번스(30·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그 주인공이다. 2021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우완 강속구 투수 번스는 2018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6시즌 통산 167경기(106선발·709⅓이닝) 45승27패2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26 탈삼진 870개 WHIP 1.06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도 32경기(193⅔이닝) 10승8패 평균자책점 3.39 탈삼진 200개 WHIP 1.07(1위)로 활약했다.
지난달 2일 볼티모어로 트레이드된 번스는 외야수 후안 소토(26·뉴욕 양키스)와 함께 다음 FA 시장의 투타 최대어를 모두 보유한 보라스가 두 선수를 앞세워 명예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외에도 거포 1루수 피트 알론소(30·뉴욕 메츠),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30·휴스턴 애스트로스)도 보라스의 예비 FA 고객들이다.
5일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번스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라스가 선발투수 시장에서 해온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그 시장의 원동력이었다. 최근 몇 년간에도 그는 유명 선발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내게는 그와 함께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며 오프시즌 상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보라스에 대한 믿음을 표했다.
일각에서 보라스의 FA 고객들이 에이전트에게 너무 많은 통제권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번스는 “보라스와 함께한 선수들과 얘기를 해봤는데 모든 협상은 선수 주도로 진행된다. 최종 결정은 선수들이 내린다. 보라스의 역할은 밖에 나가서 가능한 많은 선택지와 제안을 받아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번스는 “보라스와 나는 처음부터 매우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물론 그의 일처리 방식 때문에 언론과 팀으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나쁜 평가는 내가 받으면 되니 선수만 좋게 보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보라스의 운영 방식이다. 그가 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신뢰감을 표했다.
실제 채프먼도 5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보라스와 포옹을 나누며 깊은 신뢰 관계를 확인시켰다. 채프먼에게 더 많은 금액이 보장된 제안도 있었다고 밝힌 보라스는 “장기 계약을 할 수 있었고, 더 큰돈이 보장된 계약도 할 수 있었지만 채프먼에겐 자신의 생각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베팅하는 길을 택했다”며 “나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금액을 보장해주고 싶지만 선수 스스로 편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프먼이 사실상 1년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그의 의지가 반영돼 이뤄졌다. 2017~2021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5년을 함께한 밥 멜빈 감독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보라스는 채프먼에게 더 큰 계약을 설득하지 않고 선수 의사를 존중해 계약을 완료시켰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