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아니었어?" 순대·스팸까지…대체육 열풍, 대중화 첩첩산중

한전진 2024. 3. 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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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상품 확대 속도 내는 식품업계
높은 성장성 예상에 너도나도 ‘대체육’
대중화 노력·육가공 업계 갈등은 숙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식품업계가 대체육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순대와 캔햄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있다. 업계가 대체육 상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기존 육류 소비를 서서히 대체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물론 과제도 있다. 아직 고기만큼의 식감·풍미에는 못 미친다는 소비자 반응이 여전하다. 기존 육가공 업계와의 갈등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신세계푸드 식물성 캔햄으로 만든 밥상 / 사진=한전진 기자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031440)는 지난 5일 순대 전문점 ‘순대실록’과 손잡고 ‘유아왓유잇’ 식물성 순대볶음을 출시했다. 색과 모양 등 겉모습에서 일반 순대와 큰 차이가 없어 이목을 끌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평소 순대를 먹지 않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자체 개발했다”며 “대두단백, 당면, 양배추 등 100%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식물성 캔햄도 내놨다. 전 세계에서 최초 시도였다. 흔히 스팸으로 알려진 상품이다. 지난 2021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한 이후 이듬해 ‘식물성 런천 캔햄’을 내놨다. 이후 ‘콜드컷 슬라이스 햄’, ‘소시지 패티’ 등 제품으로 확장 중이다. 매출도 성장세라는 신세계푸드의 설명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식품첨가물 아질산나트륨의 유해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온라인몰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식품 제조사들도 대체육 상품을 대거 늘리고 있다. 농심(004370)이 대표적이다. 현재 대안육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운영 중이다. 농심 연구소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 공법이 차별화 포인트다. 풀무원(017810) 역시 대체육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을 운영 중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일반 대체육보다 ‘결두부’로 고기를 대체하는 ‘두부텐더’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 식물성 순대 (사진=신세계푸드)
업계가 대체육에 빠진 이유는 높은 성장성에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올해 2030만 달러(271억2283만원)에서 2025년 2260만 달러(301억9586만원)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서도 대체육 시장이 2030년에는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2040년에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성장성에 비해 과제도 많다. 대중적인 상품이 아니어서다. 여전히 채식주의나 종교 등 특정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주 소비층이다. 대체육의 맛과 식감이 기존 소비자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0월 aT 식품산업통계정보가 대체식품 구매 경험이 있는 전국 20~59세 성인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0%가 ‘맛’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식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47.0%에 달했다.

육가공 업체와의 갈등도 장기적인 숙제로 꼽힌다. 기존 업계는 대체육의 성장이 기존 산업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축산업계가 대체육 명칭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대체육과 실제 고기를 착각하는 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기를 대체한다는 어감도 이들 업계에서는 좋지 않다. 실제로 신세계푸드는 자사 대체육을 ‘대안육’으로 표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기의 맛을 제대로 구현해 내는 곳이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업체들이 대체육 기술을 확보하고 상품을 늘리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나은 맛을 내기 위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대체육 시장도 커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기존 육가공 업체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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