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건생구팽’ 공천 후폭풍, 공개 반발·무소속 출마 “시스템 공천 깨졌다”
당내 “특검법 끝나니 토사구팽” 지적
국민의힘 지역구 공천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된 현역 의원들의 불복이 이어지고 있다. 홍석준(대구 달서갑)·유경준(서울 강남병)·안병길(부산 서·동) 의원이 ‘시스템 공천이 깨졌다’고 반발하며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채익 의원(울산 남갑)은 공천 탈락한 의원 중 처음으로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재투표 부결 후 컷오프가 쏟아지면서 공천 갈등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단수공천하면서 컷오프된 홍석준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잘해온 ‘공정한 시스템공천’ 대원칙이 깨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유 변호사 단수공천에) 약간 정무적 판단도 들어가 있다”고 말한 것을 받아 “정무적 판단이란 미명 하에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났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정치적 화해를 모색하면서 시스템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자신이 희생됐다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전날 언론 통화에서 “당이 ‘탄핵의 강’에 빠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달서갑에) 점수 차가 많이 났다. 시스템 공천대로 하면 (오히려) 빨리 (발표)할 수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 때문에 공천한다는 우려 때문에 공천을 늦췄다고 보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서울 강남병에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전략공천(우선추천)하면서 컷오프된 유경준 의원도 이날 공관위에 이의신청을 했다. 그는 “강남병 당 지지율이 58%고 예비후보 중 제가 50%, 2위가 41%, 3위가 38%면 충분히 경쟁력 있지 않나. 경선시켜주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강남은 원래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지역구”라는 정 위원장 설명엔 “강남은 항상 초선이 와서 4년 하고 나가는 지역인가”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워 피해를 봤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유 의원을 끈질기게 반대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 의원 컷오프를 두고 “이성과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비과학적인 공천”이라며 “오컬트 공천, 파묘 공천”이라고 했다.
부산 서·동 경선에서 배제된 안병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가족 간의 반발로 인한 정치적인 파장이 우려돼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논리는 어디 공천 기준인가”라며 “이혼이 죄는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는 공관위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한동훈 지도부’에서 다른 결론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지역구가 국민공천 지역으로 선정된 이채익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사전에 공지된 게임의 룰대로 해야지, 공관위가 자의적으로 바꾸는 것(국민공천 신설)은 온당치 않다”며 “국민공천에 참여하지 않고 시민들의 평가를 받아보겠다”고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날 밤 SNS에도 “남구민의 품속으로 들어가겠다.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 복귀하겠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 중 공천에서 탈락한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달 29일 ‘김건희 특검법’이 재표결로 최종 무산된 후 현역 컷오프 칼바람이 불고 있다. 토사구팽을 빚댄 ‘건생구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재투표 전에는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이 서정숙·최영희 의원(비례) 뿐이었지만 3월 들어 국민공천 지역구를 포함해 현역 의원 8명이 컷오프됐다. 특검법 이탈표를 막기 위해 미뤄뒀던 공천이 막바지에 한꺼번에 발표되면서 파열음도 커지는 양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특검법 표결 끝나니 토사구팽도 아니고, 이상한 시스템으로 초선들만 날렸다”며 “이러면 민주당이 아니라 우리가 ‘사천’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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