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고증명도 요구받는 ‘이주기업가’들...힘 모아 지원책 입안

최상원 기자 2024. 3. 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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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이 251만명이 넘습니다. 이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3디(D) 업종에 종사하는 밑바닥 노동자'에 머물고 있으나, 이주민 중에는 한국인을 고용해 세금 내며 사업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는 "세무서나 은행에 갈 때마다 한국인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각종 증명들을 이주민에게는 요구한다"며 "사업을 시작하려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책 한권 두께에 이르는데, 은행 잔고증명은 물론 자금출처 증명까지 요구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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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용해 기업 운영 이주민들
‘이주기업인협회’ 설립 추진 나서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주민들이 ‘이주기업인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준비모임 모습. 이주기업인협회 준비위원회 제공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이 251만명이 넘습니다. 이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3디(D) 업종에 종사하는 밑바닥 노동자’에 머물고 있으나, 이주민 중에는 한국인을 고용해 세금 내며 사업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지난 5일 경남 창원 경남이주민센터에서 ‘이주기업인협회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주민들의 모임이다. 준비위는 오는 6월까지 100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한 뒤 협회를 공식 발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출신 국가별로 2명씩 준비위원을 두고 중국 출신 전원주(54)씨를 준비위원장으로 뽑았다.

이들은 당분간 회원 간 친목 도모와 사업 정보 공유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후엔 이주기업인을 위한 지원 정책을 직접 입안해 한국 정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주민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도 벌이려고 한다. 매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다문화축제인 ‘맘프’에서 기업인들 주도로 ‘무역박람회’도 열기로 했다.

전원주 위원장은 6일 “한국에서 이주민이 사업을 하려면 편견과 차별은 물론 불공정까지 견뎌야 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일단 이주기업인들끼리 뭉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중동포 2세인 전 위원장은 1995년 한국에 온 뒤 2021년부터 경남 남해군 앵강만에서 해삼종묘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세무서나 은행에 갈 때마다 한국인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각종 증명들을 이주민에게는 요구한다”며 “사업을 시작하려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책 한권 두께에 이르는데, 은행 잔고증명은 물론 자금출처 증명까지 요구받는다”고 했다. 2003년 한국에 들어와 2020년부터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파키스탄 출신 라시드(45) 준비위원은 “사업은 그 자체가 힘든 일인데, 한국에서 이주민이 사업을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서도 이주기업인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소장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이주민 정책은 제한과 통제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수한 이주민을 받아들여 관리하고 보호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노령화·노동력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집계를 보면,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주민은 지난해 말 기준 7565명이다. 출신 지역은 아시아 5862명, 유럽 792명, 아프리카 449명, 북아메리카 377명, 오세아니아 52명, 남아메리카 33명 차례였다. 국가별로는 중국 1692명, 일본 1633명, 파키스탄 362명, 미국 336명, 인도 260명 등의 순서였다. 기업체 소재지는 서울 2936명, 경기 1618명, 인천 1248명 등 수도권이 대부분이고, 부산(252명)과 경남(229명)이 뒤를 이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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