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게임’, 설득력이 관건이다[봤다 OTT]
최근 다양한 웹툰 기반 콘텐츠가 드라마화되면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이세계’다. 일본에서 시작된 표현인 ‘이세계(異世界)’는 ‘다를 이’를 써서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와 다른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 마블 세계관의 ‘멀티버스’와도 비슷하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와 평행한 우주가 있어 같은 지구에 같은 나라, 같은 인물이지만 다르게 존재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이세계’가 유행하는 이유는 이세계가 존재해야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이야기도 ‘이세계에는 가능하다’는 식으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유행하는 ‘회귀물’이나 ‘환생물’ 등 다양한 설정은 서로 다른 세계를 옮겨다닐 수 있다는 가정하에 성립한다.
티빙 ‘피라미드 게임’은 지난달 29일 첫 공개 돼 총 10회 중 6일 현재 4회까지가 공개됐다. 달꼬냑 작가의 네이버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유명 사립여고를 배경으로 2학년 5반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쫓는 이야기다.
배경이 되는 백연여고 2학년5반에는 이 반 구성원들이 1학년 때부터 해오던 게임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HR시간에 진행되는 투표인데, 자신을 제외한 반 친구 다섯 명의 이름을 써내면 된다. 여기서 최다득표를 한 순서대로 A부터 D까지의 등급이 매겨진다.
물론 A등급부터 그 밑 등급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멸시와 동경 등 긴장관계가 있다. 하지만 득표를 못 한 학생에게 씌워지는 ‘F등급’의 멍에는 상상도 못 할 대가가 따른다. 바로 합법적으로 왕따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반에 새로 전학 온 성수지(김지연)는 이 사실을 잘 모르고 게임에 참여했다 ‘0표’를 받는다. 그때부터 반 친구들의 가혹한 왕따가 시작된다. 정신적인 멸시뿐 아니라 신체적 폭력도 이어진다. ‘피라미드 게임’은 이 게임에서 최약체였던 성수지가 명자은(류다인)을 비롯한 친구들을 만나고, 이들과 세를 규합해 최상위 포식자 위치인 백하린(장다아) 등이 구성한 게임의 틀을 부수려 노력하는 과정을 다룬다.
드라마는 캐스팅에서 새로운 얼굴을 다수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대놓고 천명한다. 걸그룹 우주소녀의 멤버 보나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조선변호사’를 통해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김지연 정도가 많이 알려진 얼굴이고, 2학년5반 학생 대부분은 신선한 얼굴들이다.
그중 ‘일타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춘 류다인과 강나언, 넷플릭스 ‘솔로지옥 2’에서 활약한 신슬기, ‘소년심판’ ‘이로운 사기’ 등에 나섰던 황현정 등의 얼굴이 보인다.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의 친언니로 유명한 장다아의 연기 데뷔작이기도 하다.
일단 관심을 모은 장다아의 연기는 첫 연기답게 신선한 부분도 있지만 능숙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상대를 묘하게 쳐다보는 눈빛은 이미지 캐스팅으로서 훌륭하지만, 대사를 시작한 이후 씬을 장악하지 못하는 모습은 더욱 많은 연구와 실전경험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왜 학교에서 자행되는 잔인한 왕따를 외부에 알릴 수 없을까’하는 점이다. 왕따는 명자은의 경우 자해를 시도할 정도로 치명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은 갇혀있지 않다. 하교시간 이후에는 자유롭게 생활하며, 가정이나 경찰 또는 다른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작품 속 2학년5반은 학급의 위치가 고립돼 있다는 것 말고는 딱히 괴리의 요소가 없다. 작품은 학급의 담임 임주형(최성원) 역시 아이들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학교재단 역시 이 계급의 설계를 주도했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이런 것만 가지고서 이 왕따가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당위를 주진 않는다. 성수지는 다채로운 방법으로 세를 모으고 정치를 해 백하린에게 도전하고 이러한 내부적인 힘의 싸움이 설득력이 생기려면 게임의 정체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세계’의 설정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아예 다른 차원, 다른 가치관의 세계라면 이러한 잔혹한 일들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상상. ‘피라미드 게임’은 이세계의 상황을 현실세계의 판에 펼쳐놓으니 어색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향후 전개 과정에 따라 이 모습의 이유가 펼쳐진다면 이해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향후 전개의 개연성, 설득력이 작품 완성도의 큰 축이 될 전망이다. 왜 이 피라미드 게임이 생겼고, 왜 아무도 밖에 알리거나 저항하지 못할까. 제작진이 이 궁금증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용두사미’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이를 잘 해결한다면 또 한 편의 웰메이드 학원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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