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휴직에 병동 통폐합까지··· 축소 운영 들어간 대형병원에 ‘피 마르는’ 중증환자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와 전임의 등 의사 인력의 의료현장 이탈이 이어지자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운영 규모를 축소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수술·진료 일정이 기약 없이 연기된 중증환자들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책없이 환자의 목숨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인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 주요 병원들은 진료과들을 통합해 가동 중인 병동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선 남아 있는 의사들이 누적된 피로를 호소하는 반면, 병동 운영 축소로 간호사까지 무급휴가를 유도하는 상반된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에선 수술실을 운영하는 비율이 사태 전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고, 전임의 충원율도 50%를 밑돌고 있다. 서울 외에 전국 각지의 거점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산대병원 역시 병상 가동률이 50%까지 떨어지자 비슷한 성격의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2개 진료과를 묶어 한 병동에서 운영하게 되면서 현재 6개 병동이 비어 있다”며 “간호사 등 환자를 돌보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전국의 주요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의사인력 부족으로 축소 운영에 들어가면서 중증질환 환자들은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앞서 수술과 진료, 각종 검사 등의 일정이 기약없이 연기된 지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단체는 현장을 떠난 의사들의 빠른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정부 역시 불충분한 비상진료대책으로 위기를 더욱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공방전이 이어진 탓에 환자들만 가장 먼저 희생되고 있으므로 환자단체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요구도 나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준비한 대책이란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해 오히려 고통과 피로도만 점점 치솟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등 의사 외 직군에 대해 무급휴가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병원들도 늘고 있다. 각 병원측은 무급휴가 신청이 자율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운영 효율과 병원 수익을 높이는 데에만 치중한다는 점에서 내부의 불만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노조 관계자는 “강요가 아니라고 하지만 병동 인력 재배치 방침과 엮어서 원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게 될까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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