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업고 수준 높아진 개미들… "기관보다 더 버는 시대 온다"
“거짓정보 활용·개인정보 오남용 경계해야”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 다양한 AI 활용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투자를 대신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주식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이는 기존 프라이빗뱅커(PB)나 랩어카운트와 유사하다. 해당 서비스들은 투자를 맡기면 알아서 돈을 굴려 준다는 점에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최소 투자금액과 수수료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 때문에, 일반인이 이용하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여기에 AI가 접목되며 비용 측면에서 접근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다. 코스콤에 따르면 로보계약자 수는 지난 2020년 1월 13만2026명에서 올 1월 30만218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학계에서는 AI 등장으로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자를 따라잡는 날이 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투자일임 서비스 형태로 많이 사용하지만, 미래엔 AI 투자자문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기관 수준의 정보력으로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
중앙대학교에서 ‘금융AI’ 강의를 진행하는 유시용 교수는 현재 금융업계 AI 활용 트렌드를 보면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옛날엔 개인이 기관을 따라잡을 수 없었지만, 현재는 AI를 통해 개인도 과학적인 투자를 하는 등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며 “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개인의 정보 수준이 비슷해지면 개인이 오히려 우위에 설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은 유 교수와의 일문일답.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이제는 개인도 투자 일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에서 직장인과 주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투자를 위해 시간 내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PB나 랩어카운트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편한데, 기존에는 장벽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대신에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 이게 가능해졌다. 또한 기관투자자가 인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던 과학적인 투자도, 이제는 개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국내 금융 산업에 AI를 접목시키는 과정 속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은행, 증권 등 금융의 많은 영역이 규제 산업이고, 특히 한국은 규제가 강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핀테크가 생기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규제 당국 측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상황 속 한국이 거의 영향 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규제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만 동시에 새로운 서비스 출시가 어려운 것과 같은 단점도 있다. 일종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충관계) 상황이다.”
―요즘 금융AI 업계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요즘 기술 트렌드를 보면 투자일임에서 자문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AI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투자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직접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옛날에는 자문을 구하거나 투자정보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애널리스트 센터장들이 투자자에게 문자로 직접 종목 추천을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AI 투자자문 앱도 나오고 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노동력 밖에 없던 개인이, 이제는 과학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예전엔 정보력면에서 개인이 기관을 따라잡을 수 없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정보 수준이 똑같다는 가정 하에 개인이 기관보다 더 나은 투자 성과를 보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금융 산업에서 속속 출시되고 있는 상황속,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문제도 함께 대두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현재 대부분 산업 분야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는 추세다. 구도가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엣지 브라우저의 코파일럿 등 3개로 나뉘고 있는 것 같다. 현재는 이중 챗GPT가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구글이 많은 문서 등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제미나이가 치고 나갈 것 같다.
AI 기술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 환각이라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거리가 가깝고 비슷한 뜻의 단어를 찾아가는 과정 속, 우리 사회에선 도덕적으로 넘으면 안된다고 정해둔 바운더리(경계)를 넘으며 발생한다. 이는 규제 및 감독 관리면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규제라는 건 결국 말로 이뤄져 있고, 만약 AI가 말을 지어내면 곤란해질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사람이 직접 피드백을 주면 빨리 고칠 수 있긴 하다. 다만 전문가의 피드백이 필요하다보니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만약 금융사 측에서 AI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고, 자사 정보를 입력시키는 등 직접 피드백을 주면 환각 등 문제도 좀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융사들이 AI 서비스를 만들고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 시키면 환각 등 문제를 좀 더 빨리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기관이다. 기관은 비용 대비 성과를 따진다. 비용이 확 절감돼서 기업의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든지, 아니면 이게 새로운 서비스로 연결돼 고객이 늘어 도움이 되든지 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비싼 인력을 들여 AI 서비스를 개발했을 때, 회사 측에서 ‘굳이 나중에 다 개발돼 있을 기술을 왜 만들었냐’고 문제 삼는 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보안성 문제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개인 정보를 가지고 학습하면 엄청나게 정밀한 AI가 나올 수 있는데,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다. 만약 AI가 해킹이라도 당한다면 대책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AI 등이 해킹 당하면 제일브레이크(jailbreak·탈옥)를 통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금융 산업에 AI가 접목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시장 안정성 문제가 있다. 투자정보가 공유되다 보니 다수 투자자들의 매매가 비슷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도 한 공시가 올라오면 몇 분 안에 해당 정보가 반영돼 주식 가격 등에 점프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한 이벤트에 의해 모든 시장이 동시에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금융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변동성이 커지며 거래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시용 중앙대 교수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에서 농경제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미국 코넬 대학교에서 자원경제학/재무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국제경제팀 과장,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금융AI융합전공 교수로 재임하며 금융AI연구센터 센터장도 함께 맡고 있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lees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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