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부들 모이면 하는 말…“마트가기 두렵다”
신선과일은 32년 여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 기록
대형마트 ‘초저가’ 앞세워 잇단 대규모 할인행사
전문가 “대형마트 행사 한계 있어…근본적 물가대책 필요”
[이데일리 김정유 김미영 김경은 기자] ‘밥상물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대로 둔화한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서면서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신선식품이다. 2월 신선식품지수는 138.57로 전년동기대비 20.0% 상승했다. 나머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생활물가지수 등 다른 분야가 불과 2~3%대 상승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신선식품 물가가 한 달 만에 3%대 상승률로 전환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선식품지수 상승폭은 지난해 10월부터 13~14%대를 기록해왔지만 이번에 20%대로 들어서며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신선식품 가운데에서도 신선과일과 채소가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과일의 2월 지수는 164.09로 전년동기대비 41.2% 올랐고 신선채소(132.05)는 같은 기간 12.3% 상승했다. 특히 신선과일의 물가상승률은 1991년 9월(43.9% 상승)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신선채소 역시 지난해 3월(13.9% 상승)에 이어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선과일 중에선 귤과 사과의 상승폭이 컸다. 귤은 전년동기대비 78.1%, 사과는 71% 올랐다. 이 외에도 배(61.1%), 토마토(56.3%), 딸기(23.3%) 등의 물가 상승폭이 컸다.
과일에 이어 최근엔 채소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오이(다다기·중품) 10개 가격은 1만876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7.0% 올랐고 대파도 ㎏당 3468원으로 같은 기간 63.2% 상승했다.
과일농산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건 사과 등 일부 과일 중심으로 작황이 부진해 공급이 줄었고 지난해 비교적 작황이 좋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신선식품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밥상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에 있다. 당장 대형마트 등 장보기 현장만 가도 과일·채소의 높은 가격에 구매를 머뭇거리는 소비자들이 자주 목격된다. 치솟는 물가에 의도적으로 장 보는 횟수를 줄이려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이날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에서 만난 50대 주부 김모씨는 “사과나 배를 사려면 손이 떨린다. 배 하나에 7000원인데 이전엔 3개에 1만원 정도였다”며 “요새 주부들이 모이면 항상 밥상물가만 얘기하는데 공통된 얘기는 ‘마트 가기 두렵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40대 주부 현모씨는 “대형마트 근처에 살아 매일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러 나오는 편이지만 요즘은 장 보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며 “항상 어제보다 오늘이 더 비싸니 장보기 자체를 안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서민들의 밥상물가 부담이 높아지자 대형마트들도 ‘초저가’를 앞세운 할인행사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할인행사 ‘홈플런’을 통해 △딸기(500g) 4990원 △보리먹고자란돼지 삼겹살·목심(100g) 990원 △당당 옛날통닭(1마리) 4990원 △대란(30입) 4990원 등으로 판매 중이고 7일부터 과일 품목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이마트(139480)도 이달부터 즉석조리코너에서 ‘극가성비’ 메뉴들을 추가했다. 9980원짜리 ‘두마리 옛날통닭’, 16입 초밥 ‘스시e9980’ 등이다. 두마리 통닭은 출시 닷새 만에 약 5만수 이상 판매됐다.
롯데마트 역시 7일부터 필수 먹거리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데 ‘황토밭 하우스 감귤(1kg)’을 8990원에 판매한다. 하우스 감귤로는 올 들어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롤화장지, 생리대와 같은 생필품이나 냉동만두, 김치와 같은 식료품 등 ‘1+1’ 행사 품목은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저렴할 때 사둬 쟁여두기하려는 인식이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선식품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유가도 오름세여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마트 할인행사들도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숨통을 틔워줄 순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순 없는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물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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