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 끝에 죽으면 어쩌지?…2000년 의사파업 땐 오히려 줄었다
2000년 의사 파업 시 환자 사망률 분석
병사자 등 사망률 오히려 더 낮아
의료기관 이용, 수술 및 입원 감소 영향
"필수 의료 빠진 올해는 다를 수도"
2000년 의사 파업 때를 분석해보니 아이러니하게 병원 내 사망률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꼭 필요한 환자만 전문의가 집중적으로 치료했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전공의·전임의가 한꺼번에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잘 헤쳐 나갈 가능성도 있단 의미다. 단, 필수 의료 의사마저 대규모로 이탈한 올해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환자 사망률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대 의대 연구팀은 2020년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의사들의 파업이 의료기관 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해 촉발된 의사 파업이 질병으로 인한 병사자와 사고 자살 등 외인사자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도별·월별·일별로 각각 분석했다.
2000년 의사 파업 때도 혼란이 극심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70대 노인이 병원 3곳을 전전하다 14시간 만에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청주에서는 양수가 터진 산모가 4곳의 병원을 '뺑뺑이' 돌다 산모와 아이 모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에서도 응급 환자가 12시간이나 방치됐다가 의식불명에 빠져 가족들이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환자 피해가 컸다.
연구팀은 "의사 파업은 당장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환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두려움을 준다"며 "결과 중심의 언론 보도 외에 의사들의 파업과 사망률의 인과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 연구 목적을 밝혔다.
연구팀은 의사 파업과 사망률의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통계청의 의료기관 사망원인 통계 자료를 이용했다. 당시 파업은 총 5차례에 걸쳐 이뤄졌는데 이 중 개원의, 병원 보직의, 전공의,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참여한 6월 2차 파업을 기준으로 객관성 담보를 위해 이전인 1997년부터 이후인 2003년까지의 자료를 비교했다. 2차 파업은 1차 의원의 92%, 전공의 87%가 참여하는 등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됐다.
그 결과, 2000년 의료기관 내 병사자는 총 7만8200명으로 파업 기간인 6월에는 5828명이 사망해 비율은 7.45%였다. 이는 다른 모든 해의 6월 병사자 사망률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외인사자의 6월 사망률은 8.52%(1만1040명 중 941명)로 7개년 중 세 번째로 높았지만, 예년과 비슷했다.
연구팀이 기간을 좁혀 세부 분석해도 결과가 비슷했다. 2000년 파업이 이뤄진 6월 병사자 사망률은 전월인 5월(7.73%)보다 0.28%p, 다음 달인 7월(8.16%)보다 0.71%p 낮았다. 외인사자 사망률은 전월(8.38%)보다 0.14%p 증가했지만, 다음 달은 같았고 7년 전체로 보면 예년과 비슷했다. 즉각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파업 기간인 6월 20~25일을 기준으로 직전 5일과 직후 5일도 비교했는데도 역시 환자 사망률 변화는 유사했다.
의사 파업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이유가 뭘까. 연구팀은 크게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필수 의료의 유지다. 당시 의사들은 사표를 제출한 후에도 '참의료진료단' 등 별도 조직과 자원봉사를 통해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과 같은 필수 부서를 지켰다. 정말 필요한 환자 치료는 문제없이 진행해 사망률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전문의 중심의 진료다. 기존에 응급실 진료는 주로 전공의에 의해 시행됐지만 파업 기간에는 이들이 빠지고 전문의가 투입됐다.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긴급한 환자를 골라 신속하게 치료하고 불필요한 검사는 생략해 더 적은 시간에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병원 이용률 감소다. 예정된 수술이 미뤄지고 입원이 제한되면서 전체 환자 수가 줄고 병원 내 사망도 덩달아 감소했다는 것. 파업으로 인한 사고나 사망 등이 일반인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줘 병원에 가는 걸 꺼리게 했고 이를 통해 파업으로 인한 사망 효과가 상쇄됐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결론에서 "의사들의 파업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첫 번째 요건은 '필수 진료'는 제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응급·중증 환자 처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올해와 2000년 의사 파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전공의가 필수 의료 분야를 막론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탓에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병원에 남은 교수·전임의(펠로,임상강사) 등이 번아웃(소진)돼 사망 등 환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지금의 파업은 (전공의가)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비우고 하는 파업이라 2000년과 달리 환자 사망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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