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눈’으로 날 검열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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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쿠팡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쿠팡은 그동안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숨기기는커녕 노동자들에게 암암리에 흘리면서 압박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권한이 집중된 소수 관리자의 입김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당사자의 소명 기회조차 없는 쿠팡의 비민주적 구조가 여실히 드러났다.
쿠팡은 수십만 노동자를 열악한 노동환경에 방치하고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무기로 블랙리스트를 휘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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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최효|쿠팡 블랙리스트 피해자
지난달 13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쿠팡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댓글 창에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반응이 오히려 낯설 것이다. 쿠팡은 그동안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숨기기는커녕 노동자들에게 암암리에 흘리면서 압박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약 4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과 계약직으로 일했다. 일용직으로 일할 때, 동료끼리 빠지지 않는 이야기 주제가 “내일 출근 명단에서 배제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출근 확정 문자가 오지 않으면 겁이 났다. 혹시 오늘 ‘시간당 업무량’(UPH)이 평소보다 낮지 않았는지, 다른 공정에 지원 가라고 했는데 그것을 거절한 게 문제였는지, 다리가 아파서 화장실에 평소보다 조금 오래 앉아 있었는데 혹시 그것 때문은 아닌지 내 하루를 강박적으로 검열했다. 쿠팡에서 3년간 일용직으로 근무하면서 단 하루도 이런 걱정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어떤 사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에 걸리는 사소한 이유 하나하나 회사의 기준으로 검열했다.
계약직으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일한 동료가 재계약에서 탈락하는 걸 보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재계약이 거부되는 것인지 몰라 안타까워하면서도, 평소 그 계약직이 관리자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지, 평소 업무 속도가 느렸는지를 생각했다. 노동자를 감시하는 쿠팡처럼 우리 자신도 자신과 동료를 알게 모르게 평가했다. 그게 바로 쿠팡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우리에게 흘리면서 의도한 바라고 생각한다.
2022년 6월 나는 인천1센터 계약갱신에 탈락했다. 문화방송 보도를 보고서야 내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근무 태만'이라는 사유로 ‘무기한 채용 불가’로 분류돼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었다. 그 전 계약갱신 때 나는 매우 높은 점수를 얻었고 업무능력도 인정받았다. 계약갱신 뒤 나는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됐다. 그러자 그 전에는 나를 칭찬했던 관리자들이, 내가 동료들과 이야기 한마디만 나눠도 “업무시간에 일을 안 한다”고 윽박질렀다. 그래서 관리자들에게 “내 시간당 업무량이 다른 사원보다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출고량에 지장을 준 적이 있는지 객관적 데이터로 납득시켜 달라, 내가 정말 일을 안 한 게 맞는다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리자들은 “업무시간에 일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근무 태만'이라는 사유를 적어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권한이 집중된 소수 관리자의 입김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당사자의 소명 기회조차 없는 쿠팡의 비민주적 구조가 여실히 드러났다.
문화방송 보도 다음날, 쿠팡은 반박문을 게시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매년 수십만명의 청년, 주부, 중장년층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쿠팡은 수십만 노동자를 열악한 노동환경에 방치하고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무기로 블랙리스트를 휘두르고 있다. 쿠팡은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노동자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고 수많은 사람을 표적 해고한 쿠팡, 찍어누르기식 쉬운 해고가 판치고 관리자의 횡포가 만연한 현장을 만든 쿠팡은 블랙리스트로 노동자들의 입을 막았다. 반드시 그에 맞는 처벌을 쿠팡이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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