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에 간호사 무급휴가 불똥 "왜 우리가…놀랍지도 않아"

환자 "줄일 건 다 줄여…애꿎은 피해자만"
일반 직원들 "우리도 언제 무급휴직 공문받을까 고용 불안"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8일째 이어진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간호사들이 모여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예견됐던 일이에요. 별로 놀라지도 않았습니다."

빅5 병원 어린이병동 소속이라 밝힌 간호사 장 모 씨(여·29)는 "다른 과의 경우 일일 환자 수가 10명도 안 된다는 소식을 자주 들어왔다"며 "간호사 무급휴가 시행 소식에 다들 '드디어 올 게 왔구나'하는 분위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에게도 조만간 무급휴가 연락이 올지 걱정된다"며 씁쓸해했다.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경희의료원 등은 간호사와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환자와 병원 수입이 급감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대해 현장에선 "왜 우리한테 또 책임을 지게 하나"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곳곳에서 '직원에게 책임 전가하는 단기 무급 특별휴가 중단'이라는 제목의 소식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줄어든 환자와 낮은 병상 가동률로 인해 일방적으로 병동폐쇄·통합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손실을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간호사 강제 휴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지역의사제·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 휴진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현행법에선 노동자의 동의 없는 연차 사용 강제를 금지한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차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해선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붙어 있는 '간호사 무급휴가' 비판 소식지 ⓒ 뉴스1 임윤지 기자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이 모 씨는 "무급휴가 쓰라고 해도 아직 쓸 생각이 없다"며 "터무니없는 요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간호사 B 씨도 "환자 수가 적은 병동은 분위기상 등 떠밀려 휴가를 쓰는 분위기로 흐를까 우려된다"며 "어차피 아쉬운 쪽은 병원이라 의사들이 돌아온다고 하면 다시 받아줄 걸 아니까 이렇게 파업하지, 간호사가 간호정원 늘리는 걸로 사직서 내고 파업하면 그대로 잘릴 것"이라 꼬집었다.

환자들 역시 병원의 무급휴가 시행에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인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 박 모 씨(68)는 "아무런 책임 없는 애꿎은 간호사들만 피해보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며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내부 피해는 병원과 의사들이 져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반발이 예상됐음에도 정부가 대응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빅5 병원 소속 암병동 간호사 김 모 씨는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에게 넘기면서 자잘한 것들까지 너무 많은 일을 주다 보니 지칠 대로 지진 상황"이라며 "의사 반발에 따른 의료현장 공백 문제가 이렇게 길어질지 모른 채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만난 환자이송 업무 담당 직원 강 모 씨도 "우리도 일이 줄었다 보니 언제 우리도 무급휴가 공문이 올지 모르겠다"며 "다른 병원 채용 공고라도 찾아봐야 하나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