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과 반대로 가는 기관… K-주식 사라는데 오히려 1.7兆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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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부양하겠다며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기관은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본격적으로 언급한 1월 24일부터 지난 5일까지 기관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1조7800억원을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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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맨’돼야 할 연기금도 국내보단 해외 주식 투자 선호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부양하겠다며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기관은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 모으는 외국인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기관이 오히려 지수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는 핀잔을 받고 있지만, 내막을 보면 어쩔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본격적으로 언급한 1월 24일부터 지난 5일까지 기관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1조78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0조720억원 순매수한 것과 대조가 되는 상황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26일부터 기관의 매도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기관은 일주일여 만에 1조6800억원을 팔아치웠다. 주목할 점은 기관이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만 1조1120억원을 순매도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1조6680억원 사들였는데, 기관은 이와 비슷한 규모를 팔아치운 셈이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관이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를 입은 종목에 대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쯤부터 자동차·금융 등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분류된 종목이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 KB금융, 현대해상, LG, CJ 등이다.
신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고, 자동차·금융 업종의 주가 수준이 이미 많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책 모멘텀(상승 여력)이 소진될까 하는 우려가 있는 상태”라면서 “기관의 경우 이미 2월 중순부터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이 관측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주가 레벨이 한계에 다다른 밸류업 수혜 업종에 추가적인 매수를 실행할 가능성이 낮다”고도 했다.
문제는 기관 투자자의 이같은 매도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방향과 다르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매도하며 지수 상승을 누른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관이 ‘단타’ 전략을 취해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저PBR주는 물론, 공모주 투자에 있어서도 기관이 단기로만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강제성 없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4대 연기금이 국내 주식보단 해외 주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수익률을 달성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14.3%로, 해외 주식(30.9%)의 절반이 채 안 된다. 국민연금의 중기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15%로 맞춰야 한다. 국민연금이 매수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함께 4대 연기금으로 묶이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은 2021년부터 해외주식 자산 규모가 국내 주식 비중보다 커졌다. 사학연금의 자산 운용 규모는 약 24조원이다. 교직원공제회 역시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해외가 54.3%로 국내(40.6%)보다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등 기관 입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밸류업 지원 방안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연기금이 수익률보단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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