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막히고, 수수료 없애고…은행 비이자이익 활로는?
전체 이익에서 비중은 고작 7%…대안 찾기에 혈안
퇴직연금에 힘주고 자산관리엔 광고 모델 내세워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비이자이익 확대를 두고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ELS 및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각종 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이자 장사' 압박을 의식해 힘을 쏟던 비이자이익 확대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은행권에선 자산관리와 퇴직연금 영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이자 장사' 비판 여전…올해 난관도 많아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의 비이자이익은 2조9437억원으로 전년(1조7201억원)보다 71% 늘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2.45%포인트 가량 늘었다.
그러나 비이자이익은 은행 전체 이익에서 10%에 못 미치는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영업이익 44조3262억원 중 이자이익은 41조3878억원으로 93%를 차지했다. 2022년 이자이익 비중이 96%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소폭 개선됐지만, 이익 쏠림은 여전한 상황이다.
올해는 이자이익에만 기대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어 이자 상승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가계부채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도 전체 수익이 악화될 것을 의식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매진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특히 홍콩 ELS 사태로 인해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면서 이를 대체할 상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이 ELS 판매로 얻은 누적 수수료 수익은 전체 비이자이익의 5.62%다. 마땅한 대체재를 찾지 못하면 비이자이익의 5% 가량을 상실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ELS 사태 여파로 투자 상품 사업 자체가 위축된 터라 당분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각종 수수료 인하 경쟁도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환전 수수료 면제'를 내걸면서 고객 확보에 나서자 시중은행들도 따라가는 모양새다.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통한 수익도 낮아질 전망이다. 당국이 차주의 중도상환으로 인해 은행에 실제 발생한 비용만 수수료에 반영토록 규정을 손질할 계획이어서다. 이들 수수료는 비이자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적립금 200조 코앞…퇴직연금 성장성 기대
이에 은행들이 돌파구로 택한 곳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쏠쏠한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성장세도 가팔라 수익 다변화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98조479억원으로 전년 말(170조8255억원) 대비 15.9%(27조2226억원) 증가했다.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 시장은 연평균 9.4% 성장을 거듭해 10년 후엔 94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들이 관심을 쏟는 이유다.
오는 4월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수수료에 투자 성과를 연동하는 제도가 시행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입자는 낮은 수익률에도 정해진 수수료는 내야했던 불편이 사라지고, 금융사들은 운용을 잘한 만큼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다는 문제가 개선되고 있어 관심을 갖는 소비자도 지난해부터 늘고 있다"며 "퇴직연금은 향후 은행 비이자이익에서 중요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고객 선점 마케팅 치열
은행은 또 다른 활로로 자산관리 부문 강화를 택했다. 주요 은행은 PB점포를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고객 영업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를 모시기 위한 점포 확장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올해 서울 반포동과 도곡동에 30억원 이상 자산가가 이용하는 PB지점을 추가로 연다. 우리은행도 최근 부촌으로 꼽히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자산관리 특화센터를 열었다.
은행권에선 자산관리를 브랜드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최근 가수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발탁해 '자산관리의 영웅은 하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우리은행도 자산관리 브랜드 '투체어스' 모델로 배우 김희애를 내세우며 인지도 확보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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