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서 살아왔다…수익 15.5% 낸 '홍콩 ELS'

김남이 기자 2024. 3. 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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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홍콩 H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홍콩 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에서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지만 3년간 15.5% 수익을 내고 상환된 ELS가 확인됐다. '녹인'(knock-in, 하한한계가격)이 다른 상품보다 낮게 설정된 덕분이다. 녹인 설정이 50%인 KB국민은행의 ELS는 현재 H지수가 유지되면 오는 7월 하순부터 대부분 수익 구간으로 돌아선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에서 판매한 H지수를 기초자산 중 하나로 하는 'ELS 25738회'가 수익률 15.48%(연 5.16%)로 만기상환된다. 지난 4일 수익 상환(만기일)이 확정됐고, 오는 7일 투자자에게 상환될 예정이다.

올해 'H지수 ELS' 중 수익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H지수 ELS'는 총 617개가 상환됐는데 모두 손실이 발생했다. 만기금액 약 2조5390억원으로 중 1조3490억원의 손실(손실률 53.1%)이 발생했다.

'ELS 25738회'는 기초자산으로 H지수와 EUROSTOXX50, S&P500을 사용한다. 3년 전 판매된 H지수 ELS 중 가장 비중이 많은 기초자산 그룹이다. 총 80억원이 판매됐고 3년 전 온라인상 판매됐다.

대부분의 H지수 ELS가 50%가 넘는 손실률을 기록 중임에도 해당 상품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녹인' 때문이다. 해당 상품의 녹인은 43%다. 3년 동안 '하나의 기초자산이라도 종가가 최초기준가격의 43% 미만인 적이 없는 경우' 수익이 나는 구조다.

해당 상품은 H지수 최초기준가격은 1만1325.58(2021년 3월 4일)이다. 만기까지 H지수가 기준가격의 43%인 487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 상환된다는 의미다. 2021년 이후 H지수가 가장 낮을 때는 2022년 10월 31일인 4938.56으로 해당 상품은 녹인 구간에 진입한 적이 없다.

H지수 현 수준이면 하반기부터 손실 급격히 줄어... 국민은행은 8월부터 수익도 기대
녹인이 43%로 설정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은 대부분 녹인이 50%로 설정됐다. 다만 녹인 설정으로 인해 H지수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반토막 랠리'는 오는 7월 중순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H지수가 기존 최저점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최초기준가격이 9877.12 이상인 ELS 상품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2021년 상반기 1만선 이상을 유지했던 H지수는 그해 하반기부터 하락해 7월 말에는 9091.51까지 떨어진다.

현재 H지수 기준이라면 국민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는 오는 7월 하순부터 대부분 손실이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중 올해 상반기 도래 물량이 4조7000억원가량 된다. 50% 손실이 발생한다고 했을 때 약 2조3500억원의 손실이 추산된다.

다른 은행은 ELS 상품구조가 '노 녹인(no knock-in)' 방식이다. 지수의 최저점과 상관없이 만기 시점의 지수에 영향을 받는다. 만기 때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최초기준가격의 60~70%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을 보는 구조다.

2021년 하반기 H지수의 평균은 9032로 상반기(1만1098)보다 낮다. H지수가 5700선을 유지할 경우 올해 하반기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서 발생하는 ELS 손실 규모는 877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수가 6000선으로 올라가면 손실 규모는 5600억원, 6500까지 상승하면 2320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만기도래 물량이 상반기의 절반이고, 판매 당시 H지수도 상대적으로 낮아 손실률도 낮아진다"며 "중국 양회 등을 계기로 H지수가 상승해 투자자의 손실률이 최소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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