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반색하는 ‘늘봄학교’, 현장은 개학 후에도 허둥지둥

김나연 기자 2024. 3. 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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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현초등학교 ‘늘봄학교’에 참여한 1학년 학생들이 지난 5일 늘봄학교 프로그램 중 ‘세상의 모든 리듬’ 활동을 하며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권도현 기자

3월 새 학기 개학과 함께 ‘늘봄학교’가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시작했다. 새 학기마다 ‘돌봄교실 낙첨’을 걱정했던 학부모들은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늘봄학교를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학교 현장은 인력도, 공간도 확보하기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원 대신 늘봄학교에서 뛰고 놀고···‘돌봄공백’ 메운다
서울 아현초등학교 ‘늘봄학교’에 참여한 1학년 학생들이 지난 5일 늘봄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축구교실에서 미니게임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아현초등학교. 지난해까지 오후 1시쯤이면 조용해지던 운동장에 앳된 웃음소리가 들렸다. 1학년 학생 12명이 축구공을 들고 달리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체력단련실에서는 아프리카 아침인사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등꽃교실’에는 학생 7명이 이름표를 매달고 직접 만든 풍선을 꾸미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달부터 시작된 늘봄학교의 ‘초1 맞춤형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에 참여하는 학생들이다.

늘봄학교는 학부모들의 돌봄공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늘봄이 시행되는 학교의 초1 학생들은 누구나 오전 7시부터 최대 오후 8시까지 돌봄교실에 머물 수 있다. 정규 수업 후 2시간 동안 무료로 ‘맞춤형 프로그램’도 받을 수 있다. 부산지역 초1 학부모 A씨(40)는 “첫째가 저학년일 때는 믿고 맡길 때가 없으니 좋은 학원 정보를 수소문했는데, 올해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심이다”라고 말했다.

인력·공간·안내 부족에 학교도, 학부모도 ‘우왕좌왕’
서울 아현초등학교 ‘늘봄학교’에 참여한 1학년 학생들이 지난 5일 늘봄학교 프로그램 중 ‘세상의 모든 리듬’ 활동을 하며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반면 학교는 새 학기 시작 후에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고충은 늘봄 전담 기간제 교원을 채용하는 일이다. 정부는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할 기간제 교원을 채용해 일반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늘봄이 기피 업무인 만큼 채용이 원활하지 않다.

이소희 경기지역 초등교사는 “기간제 교원 채용 공고를 3차까지 냈는데 모집이 안돼서 (학교가 채용을) 포기했다”며 “결국 교무부장이 ‘교무방과후부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늘봄 업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초등교사 B씨도 “개학 하루 전에 학교 인맥을 동원해 기간제 교원을 뽑긴 했지만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도 다룰 줄 모른다고 하더라”라며 “학교에서는 ‘어렵게 데려온 분이 나가면 안 된다’며 잘 도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늘봄학교가 오는 2학기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되면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지난 4일 “서울 지역 늘봄학교 24개 중 6개 이상의 학교에서 강사를 모두 채용하지 못해 1학년 담임교사, 교장, 교감이 강사로 초빙됐다”며 “2학기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 됐을 때 각 학교별 강사 인력난은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늘봄 프로그램을 진행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서울, 경기지역처럼 과밀학교 비율이 높은 곳은 여유 공간이 없어 간이 교실을 만들거나 일반 교실과 함께 쓰는 사례가 많다. 서울시교육청의 ‘2024-2028학년도 초등학교 배치계획’에 따르면 서울 시내 43.5%가 전교생이 600명을 넘는 대규모 학교이다.

심영면 아현초 교장은 “우리 학교는 그나마 특별교실이라고 부르는 공간들이 있어서 간이체육실, 음악실 등을 활용하면 될 거라고 구상했고 현재까지 아주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과밀학교, 거대학교가 많아서 늘봄교실을 전용으로 쓸 수 있는 교실이 없는 학교가 많다”고 말했다. 이소희 교사는 “도서관, 교실 한 칸을 빼서 쓰는데 늘봄이 운영되는 동안 다른 학년들은 그 공간을 못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늘봄학교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돌봄’과 ‘방과후 프로그램’이 통합되고, 여기에 ‘초1 맞춤형 프로그램’까지 생기면서 혼란을 겪고 있어서다. 김지영 경기지역 돌봄전담사는 “학부모는 늘봄학교,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등 개념이 혼재돼 있는 상태여서 문의가 많아 우왕좌왕한 상태”라고 했다.

일부 학교는 늘봄학교 안정화를 위해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운영한 후 다시 수요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늘봄학교 신청을 주저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초1 학부모 권영은씨(42)는 “학교 공지를 보면 3월은 3주간만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고 다시 수요조사를 통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며 “준비가 단박에 어려운 것은 알지만 안내가 구체적이지 않아 전달을 잘 못 받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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