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스윙맨 투수→프런트 변신 모범 사례' 박진우 SSG 2군 매니저 "나는 운이 좋은 사람"[SC캠프 인터뷰]

나유리 2024. 3. 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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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시헌 SSG 2군 감독(왼쪽)과 대화하는 박진우 파트너. 사진=SSG 랜더스

[자이(대만)=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하루에 수십통의 전화가 온다. 쉬지 않고 메시지도 확인해야 한다. 계속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놓치는 것은 없는지 바로 다음 업무를 생각해야 한다.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표를 다시 보고, 이를 또 전체에 공유한다. 공지를 하고 또 한다. 감독과 코치들, 선수들의 불편한 점과 특이 사항을 체크한다. 틈틈이 다음날 선수단 간식 메뉴도 생각해야 하고, 언제 어떻게 예약할지도 고민한다. 2군 선수단 매니저의 캠프 일과다.

SSG 랜더스 2군 선수단 매니저 박진우 파트너는 불과 2년전까지 프로야구 선수였다. 건국대 출신 사이드암 투수 박진우로 살았다. 2013년 NC 다이노스 육성선수로 시작해 2019시즌 1군에서 9승 투수로 활약했던 시기도 있다. 팀을 옮기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국 시작도 끝도 NC였다. 경찰 야구단 제대 후 2018시즌 후반기부터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박진우는 2020시즌까지 '스윙맨'으로 활약했다. 필승조로도 나서고, 팀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면 선발로도 뛰었다. 2019시즌 41경기 9승7패 6홀드 평균자책점 3.14, 2020시즌 43경기 2승2패 7홀드 평균자책점 5.23.

하지만 조금씩 1군 출장 기회가 줄어들었고, 예상보다 빨리 NC를 떠나게 됐다. 2021시즌이 끝난 후 방출 통보. 야구 인생 2막을 열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타 구단 이적을 위해 입단 테스트를 봤다. "처음에는 NC에서 나와서 몸을 만들고 있었다.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었다. KIA에서 테스트를 봤는데 떨어지고, SSG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테스트를 볼 수 있겠냐 하셔서 '날짜만 말해주시면 맞춰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10분 후에 다시 벨이 울렸다. '혹시 스카우트는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라.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NC 시절 투수 박진우. 스포츠조선DB

"폼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떨어지던 참이었다. 내가 길어봐야 선수 생활을 2~3년 정도 할 것 같은데, 스스로 판단했을때 그러기 전에 빨리 제 인생을 시작해서 제 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SSG에 연고도 없다. 그래도 한번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인천으로 왔다"는 박진우 파트너는 "주위에서 더 아쉬워했었다. 하지만 제 스스로 그때는 야구가 싫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너무 많이 받고, 너무 힘들기도 했다"며 결심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은퇴를 결심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프런트 직원으로의 새출발. 서른두살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SSG 랜더스 스카우트 박진우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운전도 잘 못했다. 대학교때 면허를 따두긴 했지만, '장롱' 면허였다. 선수 시절에는 운전을 할 일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전국 방방곡곡. 그것도 교통편이 잘 안좋은 지역들을 위주로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봐야 한다. 자차 운전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더 고달파지는 직업이다. 그래서 운전대도 잡았다. 박진우 파트너는 "급하게 운전을 시작했는데, 처음 운전한 거리가 창원에서 인천까지였다"고 웃으면서 "처음에는 스카우트팀 선배님이 보다못해 '나와. 내가 할게'라고 하실 정도였다. 그래도 스카우트 2년동안 하면서 운전이 많이 늘었다. 야구보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일 자체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스포츠조선DB

"스카우트가 되고 처음에는 '왜 이렇게 선수가 없지?'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보다보니까 나중에 드래프트 할 때 되면 '이렇게 많은데 누굴 뽑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박진우 파트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입단한 신인들도 다 직접 보고, 리포트를 올리고, 드래프트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선수들이다. 더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2년간의 스카우트 업무를 한 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R&D팀(구 육성팀) 소속 2군 선수단 매니저로 보직을 옮겼다. 2군 선수단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챙겨야 하는 역할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워낙 꼼꼼하고 또 세심한 편이라서 이미 매니저 업무에도 적응을 끝냈다"며 칭찬일색이다.

박진우 파트너는 "사실 정신은 좀 없다. 그래도 제가 선수 생활을 했으니 돌아가는 흐름이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괜찮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전부 다 착하다. 또 야구 후배들이리도 해서 다들 말을 정말 잘듣고 저를 잘 도와준다. 불평 불만 같은 것도 없다. 그래도 잘 따라줘서 너무 고맙다"며 미소지었다.

2군 매니저의 하루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사진=SSG 랜더스

현재 대만 자이에서 2군 선수단 해외 전지 훈련을 서포트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는데, 신민철 팀장님을 비롯한 우리 팀원들의 사이가 정말 좋다. 그래서 저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사실 힘들고 정신 없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다보니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박진우 파트너는 우승 반지도 2개나 가지고 있다. NC의 창단 첫 우승때 우승 반지를 손에 꼈고, 2022년에는 SSG 스카우트로 두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남들은 평생 한개 가지기도 어려운데, 선수로, 프런트로 한개씩을 이미 얻었으니. 그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신처럼 은퇴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박진우 파트너는 "안그래도 선수들이 많이 물어본다. 1군에서 2군에 내려오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선수들이 많다. 늘 똑같이 이야기 한다. 나도 경험을 해봤지만, 그래도 야구선수는 유니폼 입고 있으면서 야구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거다. 유니폼을 벗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어쨌든 지금은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해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도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내가 그만둬보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선수 출신 프런트로서의 새 출발에는 만족하고 있다. 박진우 파트너는 "해볼만큼 해보고, 나 이제 진짜 너무 지치고 질린다 싶으면 프런트로서의 새 출발도 추천한다. 물론 성향이 조금 맞아야 하겠지만, 할 수 있고 관심이 있으면 괜찮은 것 같다"고 당부했다.

선수 시절에는 매해 매해 1년치의 목표가 있었는데, 프런트 직원이 되고 나서는 그런 개인적인 목표는 사라졌다. 직장인의 삶에 적응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보람찬 순간은 직접 보고 뽑은 신인들이 활약할 때다. "(박)지환이가 요즘 잘하고 있고, (최)현석이도 그렇고. (정)준재나 (정)현승이 등. 선수들이 잘하니까 스카우트 출신 매니저로서 기분도 좋고 보람도 느낀다. 우리 선수들이 잘 커서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자이(대만)=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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