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접고 할인까지 했는데…애플, 중국서 '굴욕'
애플 아이폰 중국 점유율 4위로 추락
M7 시총 하루새 300조원 이상 증발
엔비디아만 올라…테슬라 4% 하락
빅테크 대표 주자인 애플의 주가가 올해 들어 두 자릿수 하락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서 소외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마저 급감하면서다.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애플은 공매도 인기 종목으로 떠오르는 굴욕까지 당했다.
◆올해 12% 하락한 애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5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올해 첫 6주 간(1월 2일~2월12일) 중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7%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애플 판매 감소세는 가장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무려 64% 급증했고, 화웨이가 매각한 브랜드 아너 판매량은 2% 늘었다. 반면 오포(-29%), 비보(-15%), 샤오미(-7%) 등은 판매량이 감소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아이폰 할인 이벤트까지 펼쳤지만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1년 전만 해도 애플의 중국 내 점유율은 19%로 2위였지만, 올해는 15.7%로 내려앉으며 4위를 기록했다.
장멍멍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하이엔드(고성능) 시장에서 부활한 화웨이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며 "또한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부터 압박받았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84% 하락한 170.12달러에 마감했다. 연초 대비로는 11.52% 빠졌다.
애플은 올해 들어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유럽연합(EU) 반독점법 위반 과징금 폭탄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AI 분야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애플은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애플 주식 공매도에 나서면서 지난달에는 공매도 수익 2위 종목에 오르는 굴욕까지 겪었다. 금융정보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월 애플 주식 공매도를 통해 6억610만달러(약 81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미국 케이블 사업자 차터 커뮤니케이션(8억16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수익이 높은 종목이다.
애플 주가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 분석가 짐 크래머는 이날 애플 목표주가를 현재보다 5%가량 낮은 160달러로 제시했다. 다만 그는 “애플은 역대 최고의 성과를 낸 주식 중 하나”라며 매도 의견을 내진 않았다.
◆M7 시총 하루새 300조원 증발
애플의 주가 부진 속에 미국 뉴욕증시를 견인해온 주요 기술주인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이 하루 새 300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날 아마존(-1.95%), 마이크로소프트(2.96%), 알파벳(-0.31%), 메타(-1.60%) 등 엔비디아(0.86%)를 제외한 매그니피센트(M7) 종목들이 모두 하락하며 2330억달러(약 310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큰 손실 규모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7%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속에 테슬라의 주가가 전장 대비 3.93% 하락했다.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는 이날 극좌단체 불칸그루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장 인근 송전탑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월가에서는 매그니피센트7 거품론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스파르타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시장전략가는 "(매그니피센트7 랠리가) 후퇴 중"이라며 "어디까지 내려갈지는 상황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퀸시 크로스비 LPL 파이낸셜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지난 몇 주 동안 상승세에 따른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날 매도세는 건강한 조정"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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