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영국특파원 김장겸 기자의 '오보'가 소환된 까닭

이재진 기자 2024. 3. 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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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오보' 피해자, 용인시갑 이상식 민주당 예비후보 연루 주장...사퇴 요구 확산되면서 지역사회 술렁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김장겸 전 MBC사장. ⓒ미디어오늘

경기도 한 지역 선거구에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김장겸 전 사장이 2007년 런던특파원 시절 보도한 10억대의 집단 사기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인물이 오보라고 주장하고, 경기도 용인시갑 선거구 이상식 민주당 예비후보가 김장겸 전 사장의 보도 '협력자'라며 사퇴를 요구하면서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07년 4월 4일 '뉴스데스크'에서 “자녀들 조기유학을 위해 영국에 가 체류하고 있는 이른바 기러기 엄마 50여 명이 현지 교민에게 10억 원대의 집단 사기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사장은 “런던 교외 교민 밀집지역에서 식당과 술집을 차린 김모씨는 사업자금이 부족하자 조기 유학생 학부모들에게 접근했다. 유학원을 운영했던 경력을 내세우며, 중고등학생 자녀들을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유혹하며 수천만원씩 받아 챙긴 것”이라면서 “사기용의자들은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합법적으로 영국에 가져온 돈이냐며 오히려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김장겸 전 사장은 사기용의자를 '김모씨'라고 했는데 영국 교민 김인수씨는 자신을 지칭한 것이며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MBC에 정정보도 및 500만원 손해배상액 지급을 결정했고, MBC가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이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사장에게 제보했다는 사람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김 전 사장과 인터뷰했다는 사람은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고도 진술했다. 김 전 사장의 취재 내용과 달리 “원고로부터 입은 피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과외비로 편취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오히려 김 전 사장에게 제보한 사람들이 김인수씨가 운영하던 펍과 관련한 사업관계로 분쟁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MBC는 정정보도를 통해 “일부 기러기 엄마들과 김모씨 사이에 금전거래 관계가 있었던 사실 외에 김모씨가 대학 진학을 미끼로 기러기 엄마 50여명으로부터 10억여원을 편취하고 협박했다고 볼만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의 보도는 한 인물의 인터뷰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보도에서 주영한국대사관 이아무개 총경은 “명문대학 진학 보장이라는 말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걸려든 학부모는 50여명, 피해액수는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우리 대사관은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경이 이번에 경기도 용인시갑에 출마한 이상식 민주당 예비후보다.

김인수씨는 당시 보도가 나간 직후 이 총경과 만났는데 이 총경이 '나와 김 특파원은 동향이라 호형호제하며 지냈다. 김 특파원이 말하길, 귀임하면 데스크 장을 해야 하는데 특종 하나는 해야 면이 선다며 특종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지난 10년 간 한인사회에서 발생한 각종 사기사건을 말했더니 그걸 하나의 사건으로 묶어서 보도한 것이다. 보도에 나오는 김모씨는 가공의 인물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인수씨는 김 전 사장의 보도로 인해 교민사회로터 '사기꾼'으로 낙인찍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이 폐업하는 등 사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MBC 보도에 이어 자신을 지칭한 다른 매체 보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의 소송을 자력으로 이어가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갔고, 현재 변호사로 있다.

김씨는 유튜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이상식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역 사회에서 김장겸 전 사장의 '오보'가 이슈로 떠오른 까닭이다.

이에 이상식 후보도 공식 입장문을 냈다. 이 후보는 “저는 2006.2월~2008.8월까지 주영대사관 1등 서기관 겸 영사로 근무했다. 부임하고 나서 몇 달 후인가 몇 분의 여성 민원인들이 저를 찾아왔다. 유학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김인수였다. 그는 자녀의 유학을 주선한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피해자에게서 거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며 “저는 피해자들의 요청에 따라 관할 경찰서에서 이 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영국은 사기죄(Fraud)의 성립이 한국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영국경찰은 이 사건을 입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저는 피해자들에게 한국경찰에 고소할 것을 제안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와중에 MBC 김장겸 특파원이 대사관으로 저를 찾아왔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니 가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러나 저는 가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거절했다. 이것이 저와 김인수 사이에 있었던 일의 전부”라면서 김씨의 주장이 근거없는 비방이라고 반박했다.

▲김장겸 전 MBC 런던특파원의 모습.

그러자 김씨는 6일 재차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상식 후보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김씨는 이상식 후보가 2007년 5월 10일 영국 킹스톤 경찰서에 자신의 신상정보와 여권번호까지 명시하고 범죄 혐의 내용을 전달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김인수씨를 가해자로 지칭하지 않았고 사기 사건의 피해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범죄 내용을 만들었던 문건을 통해 반박한 것이다. 김씨는 “조금이라도 증거가 있었으면 (영국 경찰이) 불러서 조사를 했을 것이다. 그러데 단 한번도 조사를 당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떤 여성분이 (사업 관계 분쟁으로) 민사소송에서 패소할 거 같으니 (이상식 후보에게) 죽여달라고 했다고 한다”며 “호형호제하던 김장겸 전 사장과 기러기 엄마 사기 사건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원한이야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러한 사람이 민주시민을 대표하는 민주당의 국회의원이 되려는 모습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식 후보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영국 경찰은 구체적인 행위를 육하원칙에 맞게 스토리가 없으면 접수가 안된다”며 “영사로서 제 독자적 판단 능력을 가지고 영국 경찰에 피해 사실과 가해자 인적 사항을 알린 것이다. 이게 무슨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냐. 김 전 사장에게는 이런 내용을 넘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가 친화력이 좋다. 당시 경찰 영사였고 김 전 사장이 특파원이었는데 선배 후배하면서 호형호제하면 안되느냐”라며 “이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 제가 청탁을 하거나 받아서 뭘 한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인수씨는 외부(영국)에서 떠들게 아니라 저를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으로 고소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라고 하고 싶다. 왜 뒤에서 나를 음해하느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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