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삼각주에 ‘에코델타동’…첫 외국어 동명 추진에 한글단체 반발

권기정·박용필 기자 2024. 3. 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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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대저2동·강동동·명지동 일원에 조성 중인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부산 강서구가 전국 처음으로 동(洞) 이름을 외국어로 짓기로 하자 한글단체가 오는 8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강서구는 명칭 승인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해 달라며 부산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2년 전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내놓았다가 한글단체의 뭇매를 맞은 전력이 있는 부산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새로운 법정동 신설이 추진되는 곳은 강서구 대저2동·강동동·명지동 일대 11.77㎢(356만평)에 조성 중인 친환경도시 ‘에코델타시티’다. 부산시와 수자원공사, 부산도시공사가 2028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3만8000가구, 7만6000명이 거주할 주거·상업시설을 짓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행정구역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강서구는 지난해 10~11월 주민 3719명을 상대로 의견을 물었다. 법정동 신설엔 96%가 찬성했다. 명칭 선호도 조사에선 후보군 20개 가운데 에코델타동(48%)이 1위였고 가람동(16%), 삼성동(9%) 순이었다. 주민들은 “친환경적(에코)이라는 느낌과 낙동강 하류 삼각주(델타)를 잘 반영한 이름”이라고 평가했다.

강서구는 지난해 12월 지명위원회를 열고 외국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동명으로 ‘에코델타동’을 선정했다. 그러나 강서구의회는 지난 1월 법정동 신설엔 찬성하지만 외국어 명칭은 지양한다는 의견을 냈다.

구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서구는 2월 27일 에코델타동의 법정동 설치를 위한 기본계획서와 주민의견 등을 담은 실태조사서를 부산시에 제출하고 행안부에 승인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서구는 계획서에서 ‘에코델타’라는 명칭이 널리 통용되고 있으며 인지도가 높아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낙동강 하구인 부산 강서구 356만평 부지에 에 조성 중인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이에 한글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한글학회 등 단체 75곳은 반대 성명서를, 동아대 국어문화원은 우리말 명칭 선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냈다. 이들은 “지자체가 앞장서서 외국어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난 3일 에코델타동취소운동본부를 결성, 오는 8일 부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시는 강서구 요청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2022년 ‘영어상용도시 부산’ 정책을 내놓았다가 전국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아파트 명칭에 외국어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한 서울시 등 타 지자체의 움직임과도 상반된다.

부산시는 절차적 타당성을 살피는 동시에 여론 동향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가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영어하기 편한 도시’로 바꿔 추진하는 상황에서 ‘에코델타동’이 악재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지역에 미치는 영향, 절차 등을 검토한 뒤 이달 중 행안부에 건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동 신설은 행안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법을 보면 구·군의 실태조사·기본계획 수립 후 광역단체가 타당성 검토해 행안부에 승인을 건의하고 승인이 이뤄지면 구·군 조례를 제정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외국어 금지 규정은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부산시와 강서구, 강서구의회 등의 이견이 원만히 조율되길 바란다”며 “해당 지자체가 공식 건의하면 동 이름에 외국어가 들어가는 게 적절한지 등을 여러모로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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