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포인트 차이로 지옥에서 살아남았다는 홍콩 ELS, 이유는?
“휴,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지옥에서 살아남았네요.”
올 들어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규모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만 1조원이 넘어선 가운데, ‘지옥’에서 살아남은 홍콩 ELS가 화제다. 올 초부터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며 홍콩H지수 ELS에 투자한 사람들은 반토막난 원금에 맘을 졸이고 있다.
그런데 삼성증권에서 2021년 3월 5일 발행한 25738회 ELS는 3년 수익률 15.48%를 기록했다. 이 ELS는 ‘유로스톡스50, 홍콩H지수, S&P500 중 하나라도 종가가 최초 기준 가격의 43% 미만인 적이 없는 경우’ 연 5.16% 수익률로 상환되는 상품이다. 지난 4일 만기를 맞았는데 조건에 들어맞은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답은 ‘43%’라는 낮은 낙인(knock-in·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 비율에 있었다. 낙인 비율이 낮을수록 원금 손실 가능성도 줄어드는데, 통상 50% 이하일 때 저(低)낙인 ELS라고 부른다.
이 ELS가 발행됐던 3년 전 홍콩H지수는 1만1325.58이었다. 즉 홍콩H지수가 이 기준가의 43%인 4870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야 수익 상환을 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10월 31일 홍콩H지수가 4939까지 떨어지며 ‘지옥의 선’을 69포인트를 겨우 웃돌았다.
만약 낙인이 되었다면 만기 지수 하락 비율만큼 손실 상환된다. 4일 홍콩H지수 종가가 5713이니 최초 기준가보다 50%는 손실이 났을 수 있다. 이 ELS는 가까스로 큰 손실을 비껴가고 7일 수익 상환 예정이다.
ELS 수익률은 낙인가를 ‘터치’하는지 여부에 따라 수익 구조가 바뀐다. ‘행운의 ELS’인 삼성증권 25783회와 같은 날 발행된 25734회 ELS는 역시 ‘유로스톡스50, 홍콩H지수, S&P500 중 하나라도 종가가 최초 기준 가격의 일정 비율 미만인 적이 없는 경우’ 연 5.3% 수익률로 상환된다. 다만 낙인 비율이 45%로 25783회보다 겨우 2%포인트 높다. 하지만 이 2%포인트 차이로, 25734회 ELS는 낙인 구간을 건드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두 ELS의 최초 기준가는 1만326원으로 같지만 지난 4일 기준 평가 가격은 25738회는 1만1548원, 25734회는 5331원으로 차이가 크다. 다만 25734회의 경우 만기가 2026년 3월 4일이다. 남은 2년간 4번의 조기 상환 기회 있다. 6개월마다 각각 80%, 80%, 75%, 75% 수준으로 3가지 기초지수가 모두 올라오는 조건을 충족하면, 낙인가까지 내려갔어도 수익 상환이 가능하긴 하다.
증시 관계자는 “저낙인이 ‘신의 한 수’가 된 사례”라면서도 “낙인 비율이 낮더라도 기초 지수가 급등해 높을 때 낙인형 ELS를 가입하면 조기 상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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