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동체’ 선보인 야마모토 리켄, ‘건축계 노벨상’ 수상

노형석 기자 2024. 3.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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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건축작가 상으로, '건축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프리츠커 어워드의 올해 수상자로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79)이 뽑혔다.

심사위원장인 칠레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2016년 수상자)도 따로 메시지를 내어 인간들을 교감시키는 공간을 빚어내는 야마모토의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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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어워드 올해의 수상자
판교 주택단지 설계로 한국과 인연
야마모토 리켄. 하얏트 재단 제공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건축작가 상으로, ‘건축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프리츠커 어워드의 올해 수상자로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79)이 뽑혔다. 그는 2000년대 초 경기도 성남의 타운주택 단지인 ‘판교 하우징’ 등의 건립사업에 관여해 공유정원, 투명 현관 등 공동체 건축개념을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주목받은 작가다.

프리츠커 어워드를 시상해온 미국 하얏트 재단은 5일(현지시각) 53번째 수상자로 야마모토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심사위원단은 “야마모토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연결하고 사람들이 정체성, 정치적 신념, 경제적 능력 등의 차이를 넘어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영감을 줬다”면서 “주택을 이웃과 절연된 상품으로 만든 묵은 조건들을 거부하고 자유와 사생활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해체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장인 칠레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2016년 수상자)도 따로 메시지를 내어 인간들을 교감시키는 공간을 빚어내는 야마모토의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아라베나는 “도시의 미래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들이 모여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키는 건축물을 통해 조건을 만드는 것인데 야마모토는 공동체 공간을 통해 일상에 존엄성을 가져오는 건축가”라고 평했다.

중국 베이징의 일본 이주민 집안에서 1945년 태어난 야마모토는 전쟁이 끝난 뒤 일본으로 이주해 요코하마에서 자랐다. 니혼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도쿄예술대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3년 설계 사무소인 ‘리켄 야마모토&필드 숍’을 세운 이래 건축의 사회적 책임을 구현하는 실천적 방도로서 숨김없이 공유하는 공동체 공간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공간을 인식하는 것은 공동체를 인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그의 지론대로 건축 공간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여러 문화와 삶을 아우르는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야마모토 건축세계의 특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 도쿄 훗사 시청, 요코스카 미술관, 중국의 톈진 도서관 등을 설계했으며 한국에서는 2009년과 2014년 각각 마무리된 판교하우징과 서울 세곡동아파트(강남 하우징) 설계에 참여했다. 판교하우징의 경우 현관 공간 전체를 비치는 유리로 만든 특유의 디자인이 사생활침해 논란 등을 일으키며 분양미달 사태를 빚는 곡절도 겪었다. 그러나 그 뒤 공동체 공간 개념의 의미를 알게 된 일부 입주민들이 2020년 그를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를 만들면서 또 다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 과정에 관여한 경기 판교 하우징 주택 단지. 하얏트재단 제공

프리츠커 상은 국제적인 호텔 체인 ‘하얏트’를 운영해온 프리츠커 가문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를 기린다’는 취지 아래 1979년 제정했다. 필립 존슨, 이오 밍 페이, 단게 겐조, 오스카르 니에메예르, 프랭크 게리, 안도 다다오 등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이 역대 수상자들이다. 특히 야마모토의 수상으로 일본인 프리츠커 수상자는 1987년 처음 상을 받은 단게 겐조 이래 9명에 달한다. 일본은 미국(8명)을 제치고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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