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메탄 방출 감시하는 위성이 떴다고요?

박기용 기자 2024. 3. 6. 14: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구글, 인공지능으로 세계 메탄 배출량 측정
“메탄 잡으면 온난화 절반 줄일 수 있어”
측정 정보 올해 말부터 각국에 무료 공개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부르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돼 궤도에 진입한 ‘메탄위성’(Methane SAT).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감시하게 된다. 메탄위성 공식 누리집

A. 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부르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됐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의 로켓 ‘트랜스포터-10’에 실렸고, 이제 막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위성의 이름은 ‘메탄위성’(Methane SAT).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측정하는 감시 위성입니다. 메탄은 독일식 발음이고, 한글 표기는 영어 발음인 메테인이 공식이라는데요, 일상에서 여전히 메탄이 많이 쓰이는 만큼 기사에선 메탄으로 쓸까 합니다. 한데 이 기술, 생각보다 기후변화 속도를 억제하는데 꽤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처, 뉴욕타임스 등의 기사와 메탄위성 공식 누리집 등을 보면, 메탄위성은 뉴욕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환경보호기금(EDF)과 구글이 함께 쏘아 올렸습니다. 비용은 1175억원(8800만 달러). 뉴질랜드 우주국, 미국 하버드대학교도 참여했다네요.

위성은 대기권 밖에서 하루 15회씩 지구를 돌며 전 세계 유전과 가스전, 농업 시설,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감시하게 됩니다. 메탄 위성이 감시하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석유·가스의 양은 전체의 80%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세탁기 크기의 위성은 지구 표면에서 반사된 빛을 이용해 대기권의 메탄 양을 식별하는데, 메탄 농도 변화를 10억분의 3의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구글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 정보를 고속 처리해 지도로 만들고, 숨겨진 배출원 등을 파악하게 됩니다. 몇 주 단위로 업데이트될 이 자료는 올해 말부터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 환경단체, 언론 등에 무료로 배포됩니다.

위성 개발을 주도한 환경보호기금의 수석과학자 스티븐 함부르크는 “2025년 말쯤엔 전 세계 주요 석유·가스 생산 지대에서 메탄 방출량을 선명히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들 기업과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실가스에 대해 이런 유형의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최초”라고 강조했습니다. 야엘 맥과이어 구글 부사장은 이 계획을 “문 샷(달 탐사선의 발사 같은 혁신적인 계획을 의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메탄위성이 감시하게 될 목표 지역들. 이들 지역에서 생산하는 석유·가스의 양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메탄위성 공식 누리집

이 위성이 오직 메탄만을 잡아내려 하는 건 메탄이 갖는 독특한 특성 탓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최대 80배 이상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난화의 30%가량이 메탄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실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엔 “1750년 이후 메탄 농도가 156% 증가했다”고 돼 있습니다. 한데 길게는 수 세기 동안 대기 중에 남아있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은 8~12년 정도면 온실효과가 사라집니다. 메탄 배출을 억제할 수 있다면, 단기간에 지구 온도를 현저히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환경보호기금의 대기과학자들은 그래서 “메탄 배출을 없애면 향후 수십 년 동안의 온난화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메탄위성은 약 10년 전 미국 내 석유·가스전의 메탄 방출을 확인하기 위한 항공기 캠페인을 뿌리 삼아 만들어졌습니다. 환경보호기금은 당시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과 협력해 미국 전역의 메탄 배출량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결국 석유와 가스 부문 메탄 배출량이 공식 추정치보다 무려 60%나 더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런 경험에서 아예 지구 전체를 살피기 위한 위성을 만들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죠.

메탄위성은 메탄 농도 변화를 10억분의 3의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 정보를 고속 처리해 지도로 만들고, 숨겨진 배출원 등을 파악한다. 메탄위성 공식 누리집

메탄에 대한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도 이 계획에 힘을 실었습니다. 2021년 한국을 비롯한 150개 이상의 국가들이 ‘국제메탄서약’에 참여해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30% 줄이기로(2020년 기준) 했습니다(다만 메탄 배출 주요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은 빠져 있습니다). 미국은 이에 더해 2035년까지 석유와 가스 부문 메탄 배출량을 80% 감축하기로 했고, 유럽연합도 메탄 배출 한도를 초과하는 생산업체의 수입품에 벌금 등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50개 이상의 석유·가스 관련 기업들이 메탄 배출과 일상적인 플레어링(폐가스 연소)을 사실상 없애겠다고 약속했죠.

올해 말 공개될 메탄위성의 자료에 기대를 갖게 됩니다. 이 위성이 제대로 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 ‘쫌’ 아는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