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 당대표 전성시대···법 팽개치는 한풀이 정치 [김명수 칼럼]

김명수 기자(mskim@mk.co.kr) 2024. 3. 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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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면죄부 받겠다고
범법자도 버젓이 당대표
목숨으로 도덕성 지키려 한
노무현·노회찬은 어찌 볼까
지난해 9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관련 취지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어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사건이 대법원 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확률은 3%에 그친다. 유죄 확률은 97%. 이 정도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이 성립한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1심에 이어 서울고등법원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사실상 범법자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 전 장관이 정당을 만들고 당대표로 등장했다. 사법부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다. 정당 활동의 목표 중 하나로 내세운 ‘검찰개혁’ 명분을 100% 인정하더라도 사실상 범법자가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고,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건 흔쾌히 동의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창당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당대회 때 모두 6650만원이 든 돈봉투 배포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통한 4000만원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구속 중인 그가 ‘소나무당’을 만들기 위해 6일 창당 대회를 갖는다. 창당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보석까지 청구했다.

도대체 이런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된 건가. 현재 제1야당 대표가 전과자라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가. 전과자가 정당 대표가 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너도나도 당대표가 되려는 것인가.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전례를 참고해 정당과 국회를 방탄용으로 사용하려는 것일까.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는 국회의원이자 당대표로서 혜택을 톡톡히 본 게 사실이다. 결국 이를 학습한 결과라고 볼수 밖에 없다.

이 현상이 정치권에서 그치면 다행이다. 일반인들도 죄를 지어도 정치에 뛰어들면 면죄부가 주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죄를 지었지만 이는 정치적 탄압 때문에 생긴 죄이고, 지금 받는 벌도 정치적 탄압이나 외부 요인 때문에 받는 벌이라는 인식도 확산될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범법자를 영웅으로 여기기라도 한다면 그 부작용도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죄를 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행위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잘못하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소시오패스’를 양산하는 사회가 될 판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질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3권분립의 대표적 기관인 사법부의 신뢰는 중요하다. 사법부 심판이나 법치주의보다 정치적 심판을 더 중시하는 문화가 퍼진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다. 그만큼 한국 민주주의도 후퇴할 것이다. 이런 행위를 전직 법무부 장관과 전현직 제1야당 대표들이 주도하니 일반 국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특히 개인 한풀이에서 시작된 정치는 더 큰 분열을 나을 것이다. 조국 신당이 다음 국회에서 원내에 진입한다면 정치권 분열과 갈등은 극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창당 행사에서 ‘검찰 독재정권 조기 종식’을 강조하면서 대치 정국을 시사했다. 5일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도 똑같은 결의를 다졌다. 지난 정부에서 패배한 세력이 상대방을 향해 다시 한번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국민들 피로도는 더 높아질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생 법안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을 목격한 국민들이다. 극단 정치가 다음 국회에서도 이어진다면 ‘혐오 정치’는 더 늘어날 것이다.

팽개친 도덕성 대신 정통성을 옛 정치인에게서 찾으려는 것일까. 조국 신당 영입인재 1호는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 시절 같은 당 사무총장을 맡았고, 노회찬재단 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 인재 역시 전과자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가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전과 논란으로 사퇴한 인물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창당을 지휘하는 소나무당의 창당 행사장은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그러나 도덕성과 신념을 목숨과 바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회찬 전 의원이 ‘범법자 당대표 전성시대’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한국 정치는, 우리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것인가.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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