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송중기 “죄책감에 짓눌린 인간 그리고 싶었다”

김은형 기자 2024. 3. 6. 14: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우 송중기가 다시 한번 지옥으로 발을 내디뎠다.

지난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로기완'에서 송중기는 유럽의 낯선 도시 한복판에 던져져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탈북민 청년 로기완을 연기한다.

송중기는 '로기완'이 죄책감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영화 ‘로기완’. 넷플릭스 제공

배우 송중기가 다시 한번 지옥으로 발을 내디뎠다. 지난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로기완’에서 송중기는 유럽의 낯선 도시 한복판에 던져져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탈북민 청년 로기완을 연기한다. 지난해 개봉한 ‘화란’의 치건에 이어 자신을 짓밟는 세상을 향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부서져 나가는 인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비극적 최후를 맞은 치건과 달리 로기완은 자신의 힘으로 지옥을 빠져나온다. 많은 부분 각색됐지만 조해진 작가의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와 똑같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로기완의 건강한 웃음을 보여준다. 영화 보는 내내 을씨년스러운 유럽의 겨울 날씨 같던 마음을 녹이는 미소를 보면서 왜 ‘로기완’이 7년을 미루면서까지 송중기여야 했는지 납득하게 된다.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배우 송중기를 만났다.

“7년 전 시나리오를 받고, 한다고 했다가 고사했어요. 엄마의 시체 판 돈으로 여기까지 온 로기완이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지? 납득이 되지 않더라고요.” 당시 그가 납득할 수 없었던 부분은 영화 ‘로기완’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가 엇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원작 소설에는 없던 등장인물인 벨기에 교포 마리(최성은)와 가까워지고 사랑을 나누게 되면서 극 전반부에 눌러 담았던 감정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년 전 다시 제안을 받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는 그 사랑에 공감이 갔다고 한다. “시나리오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제 생각이 달라진 거 같아요. 사람이 살고 싶고 견디게 하는 힘은 뭘까. 나약한 한 인간이 잘 살아간다는 건 다른 사람과 부대끼면서 사는 게 아닐까, 그게 사랑이라는 영화 속 로맨스에 설득이 됐죠. 나이를 먹었나 봐요.”

영화 ‘로기완’. 넷플릭스 제공

송중기는 ‘로기완’이 죄책감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극 중 로기완은 엄마와 탈북해 중국에 살다가 이곳에서도 문제가 생기며 숨어지내던 중 엄마를 사고로 잃는다. 본인의 실수로 엄마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짓눌리면서 “살아남으라”는 엄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벨기에로 떠나 망명 신청을 한다. 그곳에서 갖가지 위협과 수모를 겪다가 자신처럼 뿌리내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마리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에는 흔적만 남은 사고현장에서 엄마의 피를 손걸레로 한참 닦아내는 로기완의 모습이 반복돼 등장한다. 그는 “죄책감 때문에 숨 막히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마리와의 로맨스에서는 직접 대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후반부 마리에게 엄마 이야기를 하며 ‘내가 행복할 자격이 있는 놈이야?’라고 질문을 하는데 이 대사는 감독님에게 제가 요청해서 넣었어요.” 영화 ‘로기완’은 행복한 순간에 더 큰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인물이 사랑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고통의 감옥 문을 열고 나오는 회복의 드라마다.

영화 ‘로기완’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제공

티브이(TV) 드라마에서 밝고 영민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가 영화에서 잇따라 어두운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배우로서 삶의 균형을 만들고 싶어서”다. “‘화란’이나 ‘로기완’에 깔린 정서는 티브이 드라마에서 시도하기 힘든 것들이잖아요. 드라마에서 채우지 못한 캐릭터나 정서에 대한 열망을 영화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티브이 드라마의 밝은 정서와 영화의 새로운 시도들을 번갈아 선택하는 식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화란’과 ‘로기완’ 사이에 ‘재벌집 막내아들’ 이 있었는데 공개되는 순서가 바뀌어서 이번에는 연달아 어두운 캐릭터를 보여드리게 됐고요.”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