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기회와 위기는? 챗GPT에 물었더니 “AI에 승부 걸고, 중국 대체 시장 찾아야”

2024. 3. 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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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활용해 100대 기업의 경영메시지 분석
탄소중립, 글로벌 시장 ‘기회’…공급망은 ‘리스크’
서울시내 기업 전경 [헤럴드DB]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주요 기업의 2024년 경영 메시지를 챗GPT를 통해 분석한 결과, AI(인공지능) 적시 도입이 최대 기회 요인인 반면, 공급망 재편은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분석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0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경영메시지를 수집, 챗GPT를 활용해 전체 및 업종별 기회 요인과 리스크 요인, 2024년 경영전망을 분석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챗GPT가 분석한 우리기업들의 ‘기회 요인’은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기조 강화 ▷글로벌 시장 확장이었다. ‘리스크 요인’은 ▷공급망 재편 및 지정학적 리스크 ▷고물가·고환율·고유가의 3고(高) 현상 ▷디지털 전환 및 AI 도입의 지체가 꼽혔다.

특히, 챗GPT는 ‘디지털 전환 및 AI 확산’을 우리기업의 기회이자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과 AI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현재의 경쟁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기업 인프라와 고객 서비스 등에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공존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챗GPT가 분석한 기회요인들은 최근 글로벌 경제·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술에서는 AI와 탄소중립을 주목해야 하고 시장에서는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며 “동시에 공급망 재편 등의 리스크 요인들을 보여주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이를 간과하지 말고 적극 대응해야 함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제공]

기회와 리스크를 업종별로 분석했을 때 보다 구체적인 요인들이 제시됐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고성능 반도체의 시장수요 증가’가 제시됐는데, 이는 AI 등 발전에 따라 고대역 메모리(HBM)같은 처리속도가 높은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차전지에서는 ‘신기술의 개발 및 고도화’가 기회 요인으로 꼽혔다. 2차전지에 니켈의 비중을 높여 성능을 향상시킨 하이니켈 배터리 및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술경쟁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올해 2차전지의 화두는 성장둔화와 혁신인데 AI가 이를 잘 잡아낸 것 같다”며 “향후 분석대상 자료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여 분석을 수행한다면 더욱 심도 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에서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을 연료로 하는‘차세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 금융업에서는 ‘디지털, 비대면 채널 확대’가, 그 외 바이오·제약에서는 신약 개발, 화학은 그린에너지 및 친환경 소재 개발, 자동차는 전기차 생산 강화가 기회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리스크는 업종별로 대내외 시장 및 글로벌 환경 변화, 고령화 등 인구구조, 환경 규제 등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2차전지에서는 ‘전기차의 캐즘(Chasm) 영역 진입’이 리스크로 제시됐다. 캐즘이란 신제품이나 기술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뜻한다.

조선업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역량 향상 필요성 등 수주한 ‘선박의 생산능력’이, 금융업은 저출산 고령화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가 리스크로 꼽혔다. 그 외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코로나 종식으로 인한 글로벌 제약시장 성장 둔화를, 화학은 탄소 저감과 관련된 규제의 강화를 리스크로 보았다.

챗GPT에 기업이 바라보는 올해의 경제전망을 물어본 결과 약 절반에 가까운 24곳(49%)은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어려울 것이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긍정적일 것이란 응답은 25.5%에 그쳤다. 메시지에 경제상황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 전망을 알 수 없다는 응답도 25.5%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2023년말 유가증권시장 시총 100대 기업 중 언론 및 홈페이지 등을 통해 2024년 경영메시지(임직원 대상 스피치, 시무식 인사말, 신년사 등)를 확보한 47개를 대상으로 했으며, 분석 툴은 챗GPT-4를 활용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이미 해외에서는 챗GPT 등 대형언어모델(LLM) 인공지능을 경제, 금융 등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최고 경영자의 메시지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AI를 통해 가공해 경제 분석에 활용한다면 숫자 기반 통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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