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살 노인도 인권침해 진정 내 “기후위기, 목숨 빼앗는 위협”

기민도 기자 2024. 3. 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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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접은 붓꽃을 손에 든 노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섰다.

이들을 포함한 평균 연령 63세인 고령층 123명이 "정부의 노년층 기후대책 방기의 책임을 물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들은 한국 정부가 2011년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처음 수립한 뒤 지금까지 고령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기후 위험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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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123명 국내 첫 ‘시니어 기후진정’ 제기
“기후위기 상황 속 노년층 생명권 보장” 요구
60+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노년층 기후피해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어 멸종위기종인 붓꽃 종이꽃을 들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 노년층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정책 개선과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종이로 접은 붓꽃을 손에 든 노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섰다. 이들을 포함한 평균 연령 63세인 고령층 123명이 “정부의 노년층 기후대책 방기의 책임을 물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넓은 범위의 법적 수단을 통한 노년층의 기후 대응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손에 든 노랑붓꽃과 제비붓꽃은 강한 생명력을 가졌지만 위험에 처한 2급 멸종위기종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 세대의 운명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기후단체 60+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은 6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변화는 노년층에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시급하고 심각한 위협”이라며 “정부의 정책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인권위에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진정에는 최고령자 92세를 포함한 총 123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들은 “환경부와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공식 보고서에서도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사망자 수가 65세 이상에서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가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인들은 한국 정부가 2011년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처음 수립한 뒤 지금까지 고령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기후 위험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정부를 향해 권고를 내달라며 인권위에 요청한 3대 요구안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및 연도별 감축 목표 개선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시 ‘1.5도 제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 △기후위기가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미치는 위험 실태조사 등이다.

‘녹색전환, 인생전환’을 외치며 발언을 시작한 박태주 60+기후행동 운영위원은 “기후위기 상황에 노출된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주거권, 에너지복지권,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인권이고, 기후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김현지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노랑붓꽃과 제비붓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지만, 사실 붓꽃의 꽃말은 ‘좋은 소식’”이라며 “정부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좋은 소식’을 곧 전해줄 것이라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60+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노년층 기후피해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어 멸종위기종인 붓꽃 종이꽃을 들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 노년층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정책 개선과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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