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타서 7.4층도 탈출 못할 지경”…삼성전자, 글로벌 AI 랠리 왜 못 올라타나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드디어 오랜 물 타기 끝에 7.4층(주당 7만4000원대)에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이정도도 탈출할 기회가 오질 않네요.” (온라인 주식거래앱 커뮤니티)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종목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대 초반 ‘박스권’에 갇힌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붐에 힘입어 미·일 증시 주요 반도체 종목은 물론,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수혜주를 중심으로 상승장이 펼쳐지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 만큼은 연초 급락 후 좀처럼 치고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9% 하락한 7만29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종가(7만3700원) 대비 0.68% 하락한 7만3200원으로 장을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한때 7만27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하락세는 2319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인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26일부터 6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여왔지만, 이날엔 팔자세로 돌아섰다. 기관 투자자도 이날만 499억원 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았다.
올해 첫 거래일이던 지난 1월 2일 7만9600원에 장을 마치며 ‘8만전자’ 고지에 오를 수 있단 희망도 잠시, 삼성전자 주가는 11거래일 만인 1월 17일 7만1000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반등해 7만5000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내 다시 내려앉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4일 종가 기준 7만4000원을 기록한 이후론 전날까지 14거래일 연속 7만2000~7만4000원 대에서 주가가 형성 중이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미·일 증시 등에서 AI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랠리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 속에 벌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78.47% 상승했다.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며 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859.64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뉴욕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올해만 16.87%(4175.5→4879.8) 상승했다.
일본 증시 내 대표 반도체주인 도쿄일렉트론(63.59%), 어드반테스트(55.99%), 스크린 홀딩스(68.27%), 레이저텍(13.63%) 등의 주가 오름폭 역시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양대 반도체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주가는 삼성전자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전날 종가 기준 최근 1개월(2월 5일~3월 5일) 간 삼성전자 주가가 0.81% 하락할 동안 SK하이닉스 주가는 25.32%나 올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AI 개발에 핵심적인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 것이 주가에 악재로 반영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현재 5세대 HBM ‘HBM3E’ 개발·양산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HBM3E 8단 초기 양산을 시작했고, 올 상반기 양산되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40%, 마이크론은 10% 수준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글로벌 AI 반도체 랠리와 연관된 제품은 고대역폭메모리(HBM)”라며 “이 부문에서만큼은 ‘세계 1위’ AI 반도체사 엔비디아와 더 끈끈한 관계를 맺고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앞서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HBM 부문에서 추격을 넘어 선두 자리에 서겠단 의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AI 투자붐의 수혜주가 될 것이란 평가가 증권가에선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36GB(기가바이트) HBM3E 12단 적층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샘플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에 제공됐으며, 올 상반기 중 양산할 계획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선 그동안 투자자들의 우려가 지배적인 상황이었지만, 이젠 (HBM 집중이란) 방향은 잡았다”면서 “파운드리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황인 만큼, 상반기까지 적자가 지속되고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로 10만5000원을 제시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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