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속 과학 예산 10% 늘린 中… ‘과학기술 굴기’ 이어가나

이우중 2024. 3. 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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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과학기술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지난해보다 10% 늘린 3708억위안(약 68조60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리 총리는 “과학기술에 대한 자립과 힘을 증진하기 위해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 강조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 통제 조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과학기술, 특히 AI 기술이 중국군 전력 강화에 활용될 것을 우려해왔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투자를 막았다.

인허쥔(陰和俊) 중국 과기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초연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지난해 중국은 양자정보, 반도체, 인공지능(AI), 제약바이오, 신에너지 등의 방면에서 독창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젊은 과학자들은 중국이 자립자강을 추진하는 중요한 활력소이자 기술 강국 건설의 주역”이라며 젊은 과학자 양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이더우(北斗) 시스템, 달 탐사 프로젝트, 전파망원경 톈옌(天眼) 프로젝트 등과 연관된 많은 프로젝트 인원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향후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에 대비해 내년과 2026년 재사용 가능한 로켓들을 잇따라 발사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5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하며 이번 발사는 중국 국영기업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이 도입한 새로운 프로젝트의 일부로, 우주 비행사를 2030년까지 달로 보내려는 목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국기 게양대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사용 로켓은 효율성이 높아 발사 비용이 대폭 줄어들지만 아직 중국은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다. CASC 외에도 싱허동력 등 중국의 민간 우주분야 기업도 재사용 로켓 발사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CASC 왕웨이(王巍) 연구발전부장은 “CASC가 지름 4m와 5m 크기의 재사용 로켓을 각각 2025년과 2026년 첫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자립에 나선 중국의 올해 1월 반도체 매출 증가율도 글로벌 평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를 인용해 1월 전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어 476억달러(약 63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중국 매출은 26.6% 증가해 미주 지역(20.3%)과 아시아·태평양 지역(12.8%)를 뛰어넘었으며 일본과 유럽은 각각 6.4%, 1.4% 감소했다. 이는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과 투자 통제 속에서도 중국의 반도체 판매 증가율이 글로벌 평균을 앞지른 것으로,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중국 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설정하면서도 급진적인 부양책을 발표하지 않은 건 경제 구조조정 의지의 표명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사설을 통해 중국 당국이 부동산과 인프라 건설 중심이 아닌 첨단 제조업 위주의 경제 틀로 바꾸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으며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건 그런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SCMP는 중국 당국 역시 직면한 경제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몇 년간 경험을 통해 정부의 더 많은 자금 투입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걸 체득했으며, 경제 구조 조정을 염두에 두고 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짚었다. SCMP는 중국 내 전기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분야의 발전을 예로 들며 이같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등에 대한 급진적인 부양책은 중국 전체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보다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고품질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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